‘국민이 잠들었어도 국세청 불은 꺼지지 않는다.’
올들어 부동산 투기사범들과 전쟁을 벌이면서 국세청 직원들은 밤낮을 잊었다. 국세청 직원들 달력에는 휴가는 물론 토요일, 일요일이 사라진 지 오래다. 서울시 종로구 청진동 44번지 국세청 건물에 매일 새벽 2∼3시까지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게 그 방증이다. 본청과 지방청을 합쳐 3000여명의 국세청 직원들은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뛰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지금은 한가롭게 휴가를 들먹일 시기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으며 새벽까지 불을 밝힌 채 투기 잡기와 과세에 온힘을 쏟고 있다.
■국세청, 25시간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다
국세청 조직 중에서 가장 바쁜 곳을 꼽자면 조사국이 단연 1순위다. “휴가를 다녀왔느냐”는 물음에 조사2과 김은호 과장은 “가족과 직원들에게 미안할 뿐”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특히 “8·31 부동산 종합대책 이후 체력이 많이 소모된 것 같다”면서 “늦은 밤까지 일할 때는 아내가 챙겨준 약을 복용하거나 간단한 운동으로 쌓인 피로를 풀고 있다”고 털어놨다.
김과장은 특히 “직원들이 토요일과 일요일도 쉬지 못하고 업무에 충실해주는 것이 우리 가족들한테 미안한 것보다 더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다른 과의 사정도 비슷하다. 기준시가 재조정 등을 위해 전산자료를 모으고 분류할 때는 밤을 새우고 퇴근하는 게 예사다.
국세청에 바로 이웃한 미국 대사관을 지키고 있는 한 의무경찰은 “예전에는 으레 공무원들 일이 전시행정인 줄 알았다”면서 “나중에 직원들이 밤늦게 퇴근하는 걸 보고 우리보다 더 고생이 많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세청 직원들은 지난 4일부터 ‘송파신도시 부동산투기 특별대책반’이 가동된 이후 현장 실사와 서류 뒤지기에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투기조짐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달려가서 중개업소를 조사하느라 몸은 파김치가 된다.
김과장은 “누가 알아주길 바라서 하는 일이 아니다”고 단언하면서 “국세징수 공무원으로서 본연의 임무를 다할 뿐이며 이것이 국민을 위하는 길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땀방울로 변신한다
홍보담당관실 관계자는 “집에 못들어가는 게 습관이 돼 몸에 인이 박혔다”는 말로 국세청 25시를 요약했다.
부동산투기 단속으로 바쁜 국세청 직원이긴 하지만 본연의 임무인 국세징수와 탈세방지를 위한 노력도 결코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직원들은 털어놓고 있다. 그는 “조세사범들의 탈세수법이 나날이 국제화, 지능화되고 있어 이들을 적발하려면 남들처럼 잘 것 다 자고 먹을 것 다 먹고 놀러갈 것 다 놀러가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동원해 일하되 최고급 두뇌집단임을 자부, 첨단전략을 세워놓고 이를 실행해 옮기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국세청이 올해 업무 운용방향을 ▲최상의 납세편의 제공 ▲공평한 과세기준 구축 ▲납세자 참여기회 확대 등으로 정해 놓은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광주지방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은 더 이상 딱딱한 기관이 아니라 부드러운 기관”이라면서 “일단 방문해 보면 과거의 고압적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을 것”이라고 ‘변화된 국세청’을 강조했다.
이주성 국세청장도 “국세청은 국민이 편리하게 세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최상의 서비스 제공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국민이 주시는 좋은 의견은 세정에 적극 반영하는 ‘열린 세정’을 펼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 jongilk@fnnews.com 김종일기자
■사진설명=투기단속과 세금징수 등으로 최근 들어 업무가 폭주하면서 국세청 건물은 새벽까지 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지난 9일 밤 국세청 전경. /사진=박범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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