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도골프장이 무료래요”

“난지도 골프장이 무료로 개장된다.”

박재호 체육공단 이사장은 26일 시민 체육시설 확충을 위해 총 사업비 146억원을 들여 지난해 4월 완공한 난지골프장을 오는 10월4일부터 무료로 임시 개장한다고 밝혔다. 현재 체육공단과 서울시는 골프장의 운영 주체와 성격을 둘러싸고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체육공단측의 이번 결정은 서울시의 입장과는 상반된 일방적 결정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이번 개장은 시범라운드 성격이어서 선착순에 의한 입장객은 그린피는 물론 카트료도 내지 않는 등 일체 시설을 무료로 이용하게 된다.

라운드를 희망하는 골퍼는 오전 5시부터 도착순에 의해 손목띠와 번호표를 받아 입장할 수 있다. 골프장 개장은 매일 오전 7시부터 일몰 3시간 전까지다. 단 일요일은 예외다. 10월 들어 가뜩이나 부킹이 어려워진 가운데 체육공단측의 이번 조치는 골퍼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입장을 원하는 골퍼들로 난지도 일대는 이른 새벽부터 장사진을 이루는 진풍경이 연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토지 사용허가와 기부체납 절차를 밟지 않은 체육공단의 골프장 개장은 수용할 수 없다며 개장에 강경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서울시는 이번 공단측의 개장 강행에 물리력을 동원한 입구 폐쇄 등은 고려하지 않을 방침이다. 대신에 서울시는 사용중지 명령과 행정대집행법에 따른 계고와 대집행으로 토지 사용허가를 받지 않은 체육공단의 무단 사용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시민들의 난지도 골프장 무료 이용은 최소한 법원의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당분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단측이 ‘무료 개장’이라는 강수를 두게 된 것은 표면적으로는 완공 후 매월 1억5000만원 내외의 관리비가 지출되고 있으면서도 이용객이 전혀 없는 국내 최초의 대중골프장을 시민들이 이용하도록 하자는 데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현재의 법정 공방을 시민들의 도움에 힘입어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어 가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목적 실현을 위해서는 ‘무료개장’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에 대해 체육공단측은 “재판의 불리함에도 수익과 반사적 이익에 대한 고려없이 임시 개장을 하게 된 건 순전히 법원 판결 전이라도 골프장을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공공의 이익 때문”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현재 서울시는 2차례의 가처분 소송에서 모두 고배를 마시고 항소를 제기, 소송이 진행중인 상태다.

따라서 ‘공익’과 ‘사회적 비용 손실 최소화’를 개장의 변으로 내세운 공단의 강행 방침이 땅 주인인 서울시와 협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내려진 결정이라서 그 후유증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대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