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희한한 성기들이 많다. 거미원숭이와 고양이는 성기에 가시가 돋쳐 있다. 거미원숭이는 가시 덕분에 교미하는 동안 암컷 몸에 매달려 있을 수 있고, 고양이는 성기를 빼낼 때 고통이 자극제가 되어 암컷이 난자를 배출한다.
주머니쥐는 음경이 둘이다. 다행히 암컷주머니쥐도 질이 한 쌍이라 질 하나에 음경 한 개씩 넣으면 딱 맞는다. 잠자리의 음경은 삽 모양으로 생겨 암컷 몸 속에 들어 있는 경쟁자의 정액을 퍼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유럽토끼벼룩의 음경 역시 만만치 않게 기이하다. 음경이 똘똘 감긴 막대 두 개로 이뤄져 있는데, 짧은 쪽에 정자가 용수철처럼 감겨 있다.
이 밖에도 하나의 성기가 깨질 경우를 대비해 하나를 더 가지고 있는 집게벌레, 짝짓기 후 폭발해 버리는 성기를 가진 수벌 등 동물들의 특이한 음경은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다. 하지만 다 나름의 쓸모가 있어서 이렇게 생겨먹은 것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답게 성기도 참 심플하다. 앞으로 쭉 뻗어있는 하나면 되는 것이다. 일명 ‘바나나 음경’이라 불리는 휜 형태는 하등 쓸모가 없다. 음경만곡증은 심할 경우 반드시 고쳐야 하는 질환이다.
원통 모양을 이루는 음경 내부는 발기가 되면 늘어난다. 그러나 음경 내부의 백막이 굳어지면 발기가 되도 늘어나지 못하고 굳어진 방향으로 음경이 휜다. 휜 정도가 30도 이상이 되면 약물치료나 수술이 필요하다.
성관계 도중 여성에게 아픔을 줄 수도 있고 피스톤 운동 도중 제멋대로 빠져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빠진 줄 모르고 삽입을 하려다 부러질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수술을 받지 않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영영 불구가 될 수도 있다.
바나나음경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수술방법에는 ‘주름법’과 ‘백막성형법’이 있다. 주름법은 음경이 흰 쪽의 반대편 백막을 적절한 간격으로 모아 꿰매는 것. 국소마취로 20∼30분이면 끝나지만 매듭이 만져지고 실이 끊어지면 재발할 수도 있다.
백막성형법은 주름법으로 시술한 뒤 재발했을 때 딱딱한 조직을 제거하고 조직 또는 합성물질을 이식하는 등 백막을 직접 성형하는 방식이다. 40분 정도 소요되는 이 시술은 매듭이 없고 영구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시술이 복잡하다.
고로 필자의 병원에서는 ‘NY식 음경만곡증 수술법’이라는 새로운 시술법을 선보이고 있다. 이는 한쪽 백막은 봉합하고 반대쪽은 칼집자국을 이용한 연장시술을 하는 것으로 혈관 및 신경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획기적인 방법이다.
부모 말 안 듣고 엇나가는 아이 다잡는 심정으로 엇나간 ‘바나나 음경’도 간단한 시술로 되돌리자.
/연세우노비뇨기과 김정민 원장(kim@wowun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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