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4일 본회의를 열고 정치, 경제, 통일·외교, 교육·사회 등 각종 현안에 대한 대정부질문 일정에 들어갔다.
국회는 첫날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이해찬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을 참석시킨 가운데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 파문을 둘러싼 국가정체성과 색깔론 등을 놓고 막말이 오가는 공방을 벌였다. 또 조기개헌 필요성이 여야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기도 했다.
■색깔론 공방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은 "강정구 교수의 주장은 신색깔론이며 명백한 이념폭력"이라고 규정하고 "한국전쟁이 북한의 통일전쟁이라는 강교수의 주장에 대한 현 정부의 공식입장은 뭐냐"고 추궁했다. 권의원은 이어 "이번 수사지휘권 발동이 현 정권의 실정 은폐용이자 국면전환용이며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대북 '러브콜', 이념논쟁을 통한 지지층결집, 검찰 장악을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당 안택수 의원도 "현 정권이 친북좌경화를 지원하는 집권세력이 아닌지 의심이 간다"면서 "처음 있은 수사권지휘는 정권적 차원의 결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해찬 총리는 "이를 정체성으로 (한나라당이) 쟁점화한 것도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것"이라면서 "(정체성) 질문에 답변한다는 것이 창피스럽다"고 답변했다. 그는 "정체성에 대한 얘기는 97년 선거로 끝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천장관은 "강교수 불구속 수사지휘권 발동은 검찰에 대한 국민의 민주적 통제가 있어야 하며 유일한 수단이 법무장관을 통한 (검찰에 대한) 지휘권 행사"라고 답변했다. 그는 "불구속 수사의 원칙은 반드시 지켜야 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인권신장을 위한 법칙"이라면서 "검찰과 꾸준한 대화를 통해 지휘권 발동의 진의를 전달하고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할 가치가 무엇인지, 구성원이 바라는 게 무엇인지 귀담아 듣겠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우리당 윤호중 의원은 박대표를 겨냥, "자유와 인권을 우선하는 정부에 대해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체제를 파괴하고 있다는 독설을 퍼붓고 있다"면서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정치적 반대자를 용공으로 몰아서 인권을 유린했던 '유신독재'의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개헌논의 2007년 바람직
여야 일부 의원들은 이날 조기개헌 공론화 필요성을 적극 주장했다. 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권력구조 변경 문제, 권력기관에 대한 국민참여권 신장 등의 방향으로 개헌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이번 정기국회 논의를 거친 뒤 오는 2006년 1월 헌법개정 범국민협의회, 내년 9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구성 등 개헌 2단계 로드맵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은 "4년 중임제의 정·부통령제와 양원제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면서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함께 치를 수 있는 2008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이 여야간 합의만 된다면 '개헌 및 선거제도 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본격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총리는 "개헌에 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이 정리된 것은 없으며 정부 내에서는 개헌 논의를 공식으로 다룬 바가 없다"면서 "개인적 견해는 2007년에 가서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그는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 시기가 서로 조정돼 있지 않아 대체로 2007년, 2008년 선거와 관련해서 개헌은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은 국회에서 밝힌 바 있다"면서 "개헌 논의의 시기는 정부보다 국회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6자회담 11월 둘째주 재개
여야 의원들은 북한핵 문제, 남북 경제협력 등에 대한 추궁도 이어졌다. 우리당 유필우 의원은 "모든 남북 경제교류는 정부가 중심이 돼야 한다"면서 "그래야 북한이 기업과의 약속을 파기함으로써 발생하는 기업 손실과 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은 "통일부 장관이 국가보안법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식의 발언은 적절치 않다"면서 "혹시 국보법 폐지를 고집하는 북한을 의식해 남북정상회담의 주무장관으로서 행한 의도된 발언은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6자 회담과 관련,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5차 6자회담이 오는 11월 둘째 주쯤 열릴 것으로 본다"고 대답하고 "5차 6자회담에서는 4차 6자회담의 공동성명을 구체적으로 이행하는 문제를 협의하는데 논의를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북지원 규모와 관련, 그는 "지난 10년간 민간과 정부 합쳐서 2조1000억원 규모로 정부의 대북지원 총액은 1조8000억원 안팎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 grammi@fnnews.com 안만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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