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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의 패션 엿보기-벨벳재킷]궁정예복·부유층만 사용, 검정색의 고급스러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11.02 13:52

수정 2014.11.07 12:34



올 가을 가장 인기 있는 소재는 벨벳(Velvet)이다. 여성복의 소재로 인식되어 오던 벨벳이 남성복에서도 특히 재킷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벨벳은 올 가을 남성복 트렌드인 ‘광택있는 소재’나 ‘검정’과 잘 어울려 더 각광 받고 있다.

벨벳이란 직물의 표면에 연한 섬유털이 치밀하게 심어진 소재로 보온성이 있는 부드러운 솜털 느낌의 고급 직물이다. 깊이있는 색감, 특이한 광택, 부드러운 촉감 등으로 인해 우아함과 고귀함을 지닌 매력적인 소재다.


벨벳은 13세기경 이탈리아 벨루티가(Velluti家)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벨벳의 역사를 살펴보면 르네상스 시기(14∼16세기)에 가장 사치스러웠고 번성했다.

실내장식용 뿐 만 아니라 성직자 예복이나 왕,귀족들의 의상으로도 사용됐다. 값진 벨벳의 소유는 부와 지위를 상징하는 재산목록의 하나였다.

16세기 후기에는 스페인 모드의 영향으로 검정이 유행했는데 실크로 짠 검정 벨벳은 의상에서 호화로운 직물로 최상의 위치를 보여줬다. 이 당시 벨벳은 금이 든 실과 같이 제조되어 사치가 극에 달했고 이로 인해 벨벳 사용을 제한하는 사치금지령이 내려질 정도였다. 이후에도 벨벳은 사치스러운 직물의 대명사로 주로 궁정 예복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산업혁명으로 기성복이 널리 보급되고 기계로 벨벳이 대량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부유한 계층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돼 왔던 벨벳은 일반인들에게까지 입혀지게 됐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중국,일본과의 교역으로 인해 유럽패션에 동양적인 요소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포아레(Poiret) 등 디자이너들은 패션에 동양풍을 반영했는데 벨벳이 이같은 분위기를 드러내는 중요한 소재로 역할을 했다. 이후 벨벳은 프랑스의 모든 디자이너들의 재킷과 망토,이브닝 웨어들의 중요한 소재가 됐다.

두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른 후, 경제가 회복되고 정치적으로 안정됨에 따라 벨벳은 스포츠나 오후 정장용으로 사용됐고, 50년대부터 나일론을 소재로 한 벨벳 의상이 선보여 더 대중화됐다.

또한 다양한 가공법이 개발돼 벨벳이 기능성도 보강되면서 디자이너들은 우아함과 세련됨을 잃지 않으면서도 활동성을 지닌 새로운 벨벳을 고급 의상에서뿐만 아니라 스포츠웨어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했다.

60년대 히피문화에서 히피들의 동양적 취향이 부드럽고 감각적인 촉감의 벨벳과 어우러져 부유층 히피의 취미를 충족시켜주는 데 애용됐다. 80년대이후 벨벳은 제조과정의 기계화, 인조섬유의 개발로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삶에 가까이 자리잡게 됐다.

독특한 질감을 가진 벨벳은 단순하지만 소재 자체만으로도 고급스러움을 가지고 있다. 벨벳은 어두운 색상일 때,특히 검정일 때 더 우아하며 움직임에 따라 변화하는 다양한 표면질감과 빛을 가지고 있어 화려함과 풍요로움, 장중함 등의 이미지가 표현된다.


21세기에서 벨벳은 지금까지의 고급스러움과 여성스러움의 이미지로 국한되는 것에서 벗어나 품위는 지녔으나 격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 캐쥬얼 분위기로 재창조될 것이다.

특히 올 가을 벨벳 직물에는 과감한 문양과 표면 처리로 더 젊어지고 있다.
즉, 올 가을 벨벳의 이미지는 도시적인 느낌과 고급스러움, 다양한 변화가 가능한 화려함과 젊음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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