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당뇨 공포]어릴적 나쁜 식습관 ‘평생 病’ 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11.16 13:53

수정 2014.11.07 12:12



세계는 지금 당뇨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세계 당뇨 인구는 1억7000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그 수가 조만간 2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난 30년 동안 당뇨환자는 10배 이상 늘어나 현재 500만명을 넘어섰고 2020년에는 10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당뇨대란’이라 할 수 있다.

당뇨는 동맥경화, 심장병, 뇌졸증(중풍), 고혈압, 신장염, 췌장염, 성기능장애 등 합병증 때문에 공포의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에는 어린이까지 당뇨 공포증이 확산되고 있다. 얼마 전 통계청에서 발표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따르면 연간 7만명에 달하는 만 14세 이하 아동들이 생활습관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 고혈압 등 5대 성인병을 앓고 있는 아동들도 연간 2만명에 이르고 있다.

■서구화된 식습관이 문제

김치 등 채식이 주를 이루던 우리 식단이 밀가루 음식과 인스턴트 음식으로 바뀌면서 당뇨 발생 어린이가 늘고있다. 특히 밥보다 과자나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떼우는 초등학생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집에서 이를 일일이 단속할 수 없다는 것도 잘못된 식습관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어린이는 학교에서 급식을 먹을 때도 야채와 김치보다는 고기, 햄 같은 반찬만 골라 먹는다. 이 때문에 키는 자라지 않고 몸무게만 급속도로 늘어나는 비만 어린이도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영양사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56.8% 가 편식을 하고 있고 54.2%는 가공 식품이나 인스턴트 식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의 가장 큰 원인은 잘못된 식습관에서 오는 영양불균형에 있다. 특히 흰설탕,흰밀가루, 흰쌀, 흰소금, 흰조미료와 같은 정백식품, 인스턴트 식품, 육류의 지방은 인슐린 분비에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들이다. 이들 식품은 또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음식들이다.

세란병원 내과 이지은 과장은 “섬유질이 부족한 정백식품은 포도당의 과잉분비를 초래해 췌장의 인슐린 분비에 문제를 일으킨다”며 “성장기에 이런 잘못된 식습관은 성인병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충고했다.

■운동 부족도 당뇨에 영향

예전에 비해 몸은 점점 뚱뚱해지는데 체력은 갈수록 약해지는 것도 당뇨 발생에 영향을 준다. 요즘 어린이들은 들로 산으로 뛰어놀기보다 여러 개의 학원을 전전한 후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비만 어린이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서울지역 초중고교생 중 남자의 17.9%, 여자의 10.9%가 비만에 해당된다고 한다. 1979년에 비하면 남자는 10배 이상, 여자는 4.5배 정도가 늘어난 것이다. 이런 청소년비만은 특히 1990년대 이후 급격하게 증가되었다. 성장기의 운동 부족은 곧 비만을 부르고 비만은 또 성인병을 일으키는 연결고리로 이어진다.

또 입시 위주의 교육도 학생들을 병들게 하고 있다. 실제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의 경우 40%가량이 체육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방과 후에 운동을 하는 학생은 5%에 그친다고 한다. 결국 이런 악순환들은 덩치만 큰 약골성인을 키워내는 것이다.

성장기 아이들의 이런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걱정이 아니다.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P)와 국립 건강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200만명 가량이 비만과 운동부족으로 인해 당뇨병 전조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최근 들어서는 10대들에게도 성인당뇨 증세인 제1형 당뇨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가족의 생활습관을 바꾸자

당뇨병의 증가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단지 당뇨를 앓고 있는 개인에게만 있지 않다. 당뇨는 그 어느 질환보다 유전적인 영향이 많기 때문이다. 부모가 모두 당뇨를 앓고 있는 경우 자녀의 발병률은 50∼60%이고 한쪽이 당뇨를 앓고 있는 경우에는 20∼30%정도가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의 생활습관이다.

최근 연세의대 김현창 예방의학과 교수는 인슐린이 제기능을 못하는 대사증후군 환자의 배우자도 대사증후군 위험이 높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김교수는 3141쌍 부부의 대사증후군 여부를 분석한 결과 남편은 25.7%, 아내는 25.9%가 대사증후군에 해당하며, 8.2%의 부부는 남편과 아내 모두 대사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적인 관련성이 없는 부부 간에도 대사증후군 관련성을 보이는 이유는 생활습관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김현창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 반려자로서 자신과 생활습관이 비슷한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고 결혼 후에는 같은 환경에서 생활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생활습관이 더욱 비슷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다한 열량 섭취, 운동부족, 흡연, 과음 등의 좋지 않은 생활습관까지 부부가 서로 닮아간다면 질병의 위험도 서로 닮아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까지 질병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는 가정에서 생활습관을 바꾸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게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