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애널리스트 기업정보 제공때 내부압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11.25 13:54

수정 2014.11.07 11:58



“고객들에게 더 명확하고 더 정확한 기업분석 결과를 제공토록 하는 방안을 도입하고 강제하는 것은 회사의 최고 목표와 상충될 수 있다.”

지난 2002년 당시 씨티그룹 산하 살로먼 스미스 바니의 글로벌 리서치 책임자였던 존 호프먼이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였던 마이클 카펜터에게 보낸 ‘극비’ 메모의 내용이다. 고객에게 제대로 된 기업정보를 제공하는 게 때때로 회사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뜻의 메모에서 호프먼은 CEO에게 분석 투명성과 자사 이익이 상충될 경우 애널리스트들이 고객에게 어디까지 말해야 하는지 지침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이 기업을 분석한 뒤 ‘매도’ 추천을 해야 할 경우 해당 기업과 거래를 하는 투자은행 부문을 곤란하게 하기 때문에 추천 등급을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 지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CNN머니는 23일(현지시간) 포천지 보도를 인용해 “최근 재판과정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내부 문건이 공개됐다”면서 “씨티그룹에서 유출된 이 내부 문건은 애널리스트들이 고객들에게 정확한 기업분석 결과를 제공하는데 지속적인 내부 압력을 받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2년 3월22일자로 ‘극비’로 분류된 이 메모는 씨티그룹 소송에 관여된 미국 플로리다주의 법률회사 배빗 존슨 오스본 앤드 르클랜치가 법정에 제출함으로써 공개됐다.

호프먼은 메모에서 “경영진 등의 압력으로 인해 애널리스트들이 (분석 대상 기업에 대한) 부정적 등급을 매기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대부분의 리서치 책임자들은 더 구조화되고 강력한 감독장치가 마련되면 이런 점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프먼은 그러나 “리서치 책임자들은 또한 더 명확하고 더 정확한 등급기준을 적용하고 강제할 경우 회사의 최고 목표와 상충될 수 있다고 강하게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즉 리서치 쪽에서 특정 기업을 나쁘게 평가할 경우 이 기업을 고객으로 잡아야 하는 투자은행 부문에서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호프먼은 “더 명확하고 더 균형잡힌 등급기준을 적용할 경우 우리 주요 기업고객들과 갈등이 증가할 수 있고 이런 기준을 아예 적용하지 않거나 더디게 적용하는 은행들에 비해 불이익을 받으며 결국 이 분야에서 최고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투자은행 부문의 성장동력을 틀림없이 훼손할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이같은 기준 적용에서 최고가 되려는 것이 목표라는데 경영진 모두가 동의했는가”라고 물었다.
호프먼은 이어 “새 등급 체계 마련은 당신의 대답에 일부 의존하고 있다”면서 “이사회 차원에서 공식 협의가 이뤄지기 이전에 우리 두 사람이 은밀히 만나 사전 조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이 메모는 당신에게만 보내는 것”이라며 마이클 카펜터 CEO에게 관리에 조심하도록 요청했다.


한편 기업 투명성 개선에 강한 의지를 보여온 뉴욕주의 엘리엇 스피처 검찰총장은 메모가 폭로된 뒤 “피가 거꾸로 치솟는 듯한 분노를 느꼈다”고 강하게 비판함으로써 철저히 조사해 엄단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 dympna@fnnews.com 송경재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