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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중국미술관‘이용덕의 그림자 깊이전’]中대륙,한국미술에 취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11.29 13:54

수정 2014.11.07 11:55


【베이징=노정용기자】가요와 드라마에 이어 미술계에도 한류바람이 서서히 불기 시작했다.

베이징의 중국미술관(관장 펑 위엔)과 한국의 표갤러리(대표 표미선)가 공동주최하는 중국미술관 초청전 ‘이용덕의 그림자 깊이전(李容德雕塑展-影子的深度)’이 지난 23일 개막, 미술평론가를 비롯한 일반 관람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날 개막식에는 이례적으로 펑 위엔 관장이 직접 축사에 나서 그 무게를 실감케 했다.

펑 관장은 “이용덕의 작품은 현대인을 표현하는 것으로 미적인 거리감을 좁혔다”면서 “음(陰)과 양(陽), 허(虛)와 실(實)의 전통적인 동양사상을 잘 드러내면서도 새로운 독창적인 세계를 만들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구전칭 상해미술관 수석큐레이터는 “지금까지 중국미술관에서 본 최고의 외국작가 전시”라며 찬사를 보냈다.


이용덕의 조각작품은 음각(네거티브)을 표현하면서도 양각(포지티브)을 보여주는 ‘착시현상’이 큰 특징. 그의 작품은 사진으로 보면 별다를 것 없는 부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움푹 들어간 네거티브 조각으로서 입체감과 동적인 효과를 잘 드러낸다. 이 때문에 채색을 가미한 조각은 관람자가 보는 방향에 따라 조각의 시선과 동작이 함께 움직이는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걷고 있는 여인들’, ‘물 속에서 수영하고 있는 여자’, ‘벤치에서 책읽는 여자’ 등 45점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조각인듯, 회화인듯 신기한 느낌을 준다. 작가는 경쾌하게 걸어오는 여인이나 버스정류장에서 차를 잡기 위해 뛰어오는 사람들, 소파에서 낮잠자는 여자 등 우리 일상 속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는 현대인을 작품 속에 끌어들임으로써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훨씬 친근하게 다가온다.

작가는 “우리 주변에서 스쳐지나가는 순각을 포착했습니다. 거기에는 특정한 개인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상에서 나타나는 순간적이면서도 다변적인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요. 양각을 음각으로 표현함으로써 ‘없는 것’을 보면서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스스로 ‘부재’와 ‘존재’를 증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허물벗기’라는 설치작품이 주목을 받았다. 이 작품은 네거티브 조각과 일맥상통하면서도 아주 기발한 발상이 돋보이는 ‘그림자 조각’이다. 관람객이 캄캄한 천막 속으로 들어가면 3분마다 빛이 비쳐지고 벽에 칠해진 축광안료 때문에 관람객들의 다양한 모습이 벽에 순간적 그림자로 남아 약 3분 동안 지속된다.
마치 영화 ‘메트릭스’처럼 우리가 그림자인지, 아니면 그림자가 우리인지를 작가는 묻고 있는 것이다.

한편 중국초대전을 기획한 표갤러리는 베이징 왕징에 있는 지우창(518평·주류 제조 창고를 개조해 만든 건물) 예술구에 200평 규모의 화랑과 작가스튜디오 4개를 짓고 있는데, 내년 3월초에 갤러리를 오픈하면 새로운 작가를 찾는 전진기지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오는 12월 15일까지 중국미술관에서 전시되는 ‘이용덕…’은 자리를 옮겨 마카오 국립미술관(2007년 3월)과 상하이 다윤 국립미술관(2007년 9월)에서 순회전시될 예정이어서 한류바람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 noja@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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