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1호·2호 계약과 같은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지는 않을 겁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일단 제도에 대한 일반의 인식과 공감대가 널리 퍼져야 하므로 하나은행은 꾸준한 세미나와 설명회를 통해서 인식 저변의 확산을 우선하고 있습니다.”
하나은행 신탁사업본부 김수철 부장은 근시안적인 접근으로 당장의 실적에 집착하는 것은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올 한해 무려 2800여곳의 기업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일부 은행들이 기업 고객이 많다는 점을 내세워 퇴직연금 시장에서 우세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지만 이는 반짝 실적은 가능해도 결코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설명이다.
김 부장은 “주거래 기업이 많은 은행이 처음에는 유리할 수도 있겠죠. 아무래도 주거래 은행이 가입해달라고 하는데 뿌리치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퇴직연금은 1∼2년짜리 상품이 아니고 20년·30년 이상 장기 상품이므로 결국은 실적이 좋고 안정적으로 운용하면서도 서비스가 친절한 은행으로 올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말부터 TFT를 운영하는 등 타 금융기관보다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왔는데 예상보다 본격적인 상품 판매가 늦어져 다소 아쉽다고 김 부장은 전했다.
“올해 퇴직연금에 가입하려고 했던 기업들이 제도는 지난 1일부터 시행됐지만 상품 판매는 현재도 사실상 어려운 상태가 되자 퇴직신탁에 추가 적립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또 일부 중소기업은 올해 퇴직연금에 가입해서 세제혜택을 받으려다가 연내 가입이 안되면 법인세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까봐 조바심을 내고 있습니다.”
19일부터 상품약관의 인가로 판매는 시작됐지만 기업과 노조간의 연금 규약 작성이 완비된 곳도 없고 지방노동관서에서 수리되는 기간도 오래 걸리는 것이 이유다.
김 부장은 이런 어려움을 기회로 반전시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계획이다. 기업과 노조의 연금 규약 작성은 사실 금융기관이 개입할 이유가 없는 부분이지만 이에 대한 준비를 한 기업이 거의 전무해서 상대적으로 많은 대비를 해온 은행이 연금 규약 작성에도 적극 도움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여타 은행들이 다른 은행과의 경쟁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반면 하나은행은 보험사와의 경쟁을 더욱 염두에 두고 있다.
“퇴직연금 이전의 제도였던 퇴직신탁에서 보험사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그만큼 노하우도 쌓였겠지만 확정급여(DB)형에서 확정기여(DC)형으로 추세가 바뀌어갈수록 종업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금융기관인 은행의 경쟁력이 커질 것입니다. 같은 은행내에서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기존 시장 선점자인 보험사를 상대로 경쟁해서 승리하고 싶습니다.”
김수철 부장은 내년에도 하나은행의 퇴직연금 설명회와 세미나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퇴직연금이 노사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높여주는데도 큰 기여를 한다는 점을 특히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 mchan@fnnews.com 한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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