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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실시간으로 못본다…내년 2월 외환시장 선진화 추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12.27 14:03

수정 2014.11.07 11:03



내년 2월부터 기업이나 개인은 외환시장(은행간시장)에서 실시간으로 형성되는 환율을 볼 수 없게 된다. 지금은 외환시장의 모든 환율(최적 호가 및 체결가)이 은행간시장 참여 은행뿐 아니라 기업, 역외거래자 등 대고객시장 참가자들에게도 실시간으로 제공되고 있다.

앞으로 개인이나 기업들은 은행들이 별도로 제시하는 준거(準據)환율을 참고해 거래은행과 협상을 거쳐 외환거래를 해야 한다.

준거환율이란 은행들이 고객들과 외화를 사고 팔 때 제시하는 매입환율과 매도환율을 말한다. 은행간시장 환율이 도매가격이라고 볼 때 준거환율은 은행들이 대고객시장에서 표시하는 권장소매가격인 셈이다.
외환시장운영협의회는 지난해 10월부터 1년여의 검토작업을 거쳐 27일 이같은 내용의 외환시장 선진화 추진 방안을 밝혔다.

■어떻게 달라지나

외환시장에서 결정된 환율이 대고객시장에 전달되는 환율호가 방식이 국제기준에 맞춰진다.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은행간시장 환율과 대고객시장 환율이 엄격히 구분돼 형성돼 있다.

이는 외환시장 거래호가를 시장참여 회원은행만 공유하는 구조다. 현재 은행간 시장의 모든 정보가 고스란히 기업과 개인들에게 전달되는 통로를 막아 이들과 회원은행간의 차별화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그간 외환시장 현황이 대고객시장 참가자들에게 여과없이 전달됨에 따라 은행간 시장의 쏠림현상이 심화되는 부작용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국제 외환시장의 거래관행과도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이에 따라 기업체와 역외거래자 등 대고객 참가자들은 은행간 시장 참여은행들이 제시하는 준거환율(reference rate)을 참고해 거래은행과 흥정(네고)한 뒤 거래하는 체계로 바뀐다.

또 대고객시장 참가자들은 준거환율과 함께 지금처럼 은행간 외환시장의 시가·종가·고가·저가·시간대별 체결가·시장평균환율 등은 지금처럼 계속 제공 받는다.

■효과는

이같은 외환시장 제도의 변경으로 예상되는 효과는 크게 네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시장조성자로서 은행들의 역할이 커지고 ▲역외거래자의 무임승차 방지 ▲역외거래자의 국내 외환시장 진입 유도 ▲외환시장 효율성 제고 등이다.

환시협의회는 은행들이 시장조성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 시장에 대한 은행의 유동성 조절 기능이 향상돼 외환시장의 쏠림현상이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기업과 은행들의 가격탐색 및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외환시장의 중장기적 효율성이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이 서로 앞다퉈 좋은 가격을 제시하다 보면 기업들이 그만큼 혜택을 받는 구조가 형성된다.

호가제도 개선으로 외환시장이 안정되고 은행간 가격 경쟁이 불붙으면 장기적으로 중소기업들도 외환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협의회측 설명이다.

특히 역외거래자들이 막강한 자금동원력과 정보력을 앞세워 시장 환율 수준을 조정하는 투기성 거래를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는 점도 기대효과로 꼽힌다.

■문제점은

시세가 두가지로 운영되는 데 따른 부작용도 있다.
일부 은행들이 거래 가격을 속이는 소위 ‘치팅(cheating)’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소기업들과의 거래 과정에서 스프레드 확대, 수수료 추가 징수 등을 통해 이익 증대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그러나 환시협의회는 “준거환율이 현재 시장환율과 거의 같은 수준에서 실시간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문제가 두드러지진 않을 것”이라며 “체결가 사후 공개를 통해 ‘치팅’ 여부가 시장참가자들에 의해 판단 및 시정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 ucool@fnnews.com 유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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