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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연금수술중-칠레]“국민에 제도선택 자유를”근로자 80%가입 대성공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27 14:22

수정 2014.11.06 12:09




“연금개혁이라는 시급한 과제는 지난 수 십년동안 칠레의 국가적인 숙제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기득권층의 이해관계로 말미암아 본질적인 변화가 봉쇄됐다. 현재 우리가 당면한 가장 큰 장벽은 누구도 이 문제 해결에 대해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현 정권이 연금개혁을 이루지 않는다면 아마도 그것은 영원히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엄두내지 못했던 칠레의 연금개혁을 29세 약관의 나이로 이뤘던 호세 피네라(Jose Pinera·57) 전 노동복지부장관은 28년 전 자신의 개혁의지 초심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자유는 영원한 내 친구

지난 1978년 12월16일 29세의 나이로 호세 피네라는 피노체트 군사정권 하에서 노동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군사정권에 반대한 칠레 기독민주당 거물인 아버지와 추기경인 삼촌 등 집안 내역을 감안하면 쿠테타로 정권을 잡은 피노체트 체제에 합류하기가 쉽지 않던 그가 최우선 과제로 뽑았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민주주의와 자유’였다.

피노체트 하의 인권탄압을 ‘강 건너 물 구경’하기 보다는 직접 뛰어들어 더 많은 자유를 위한 구조개혁을 위는 것이 국민들을 위한 것이라는 신념이었고 결실은 연금개혁이었다.

특히 연금개혁을 시작하기 전 그가 모토로 내세운 것은 다름아닌 ‘5대 노동개혁 기본원칙’이었다. 어찌보면 연금은 현실이 아닌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참여가 절대 필요한 것이었고 근로자의 자유가 우선시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노조설립 및 가입의 완전자유, 노조투표의 민주적과정 보장, 단체교섭권 완전보장, 파업권보장, 노조활동에 대한 정부의 무개입 원칙 등을 내세워 노동개혁에 성공했다. 수십년 동안 정치화되고 기득권을 누렸던 칠레 노조지도부층의 권한을 민주적 절차를 통해 노동자에게 되돌려 준 것이 피네라식 노조법 개혁의 핵심이었다. 살벌한 군사정권 하에서 노조의 민주화와 자유시장의 대원칙이 공존할 수 있었던 토대가 마련됐다.

■ 마침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다.

지난 9일 칠레수도 산티아고 꼰데스 거리에 위치한 스타벅스 커피숍. 수더분한 점퍼차림을 한 초로의 신사가 매장안에 등장하자 종업원까지 나서 그를 반겼다.

25년전 칠레의 사회안전망(연금)을 민영화하고 이후에도 세계각국의 연금개혁을 이끌고 있는 호세 피네라 CATO(사회보장제도민영화연구소) 소장이다. 자본주의 상징인 스타벅스에서 연금민영화의 거장인 그를 만난 것은 상징적이었다.

만나자 마자 그는 자신의 저서인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의 한국어판과 스페인어로 된 ‘리베르타 리베르타 미스 아미고’(자유, 자유는 나의 친구)를 펼쳐 보이며 소개했다.

그는 빨간표지로 된 ‘리베르타∼’란 책을 중국 마오쩌둥의 ‘레드북’에 비유하며 중국 인민대회장에서 공산당원에게 연설했던 내용을 상기했다. “마오쩌둥의 레드북은 가고 피네라의 레드북이 왔다고 얘기하자 청중들이 박장대소 하더군요.”

연금개혁에 관한한 피네라 소장은 자신감과 성공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찼다.

지난 1981년 5월1일 노동절에 맞춰 발효된 칠레 개혁연금법은 한달에 2만명 정도 가입을 추정했던 정부측 예상과 달리 무려 50만명 이상이 신연금제에 가입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는 당시 근로자의 25%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그해 말까지 총 근로자의 80%인 160만명이 신 연금제도에 가입했다. 절반의 성공이 아니라 완전한 성공이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성공 이유에 대해 그는 간결하게 대답했다. “자신의 연금을 자기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국민선택의 자유!,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 지는 너무나 분명했죠.”

정부와 각료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가 믿었던 신념은 돈키호테를 연상케 했다. “칠레식 연금제도 발상 자체는 사실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칠레식 연금개혁은 이제 전세계 국가의 관심대상이다. 전세계 40개국이 이 방식을 도입한 가운데 부시 미국대통령이 추진하는 사회보장 개혁은 핵심도 ‘공적연금의 민영화’라는 칠레식 연금제도의 도입이다. 부시는 오는 2009년까지 근로소득세로 걷던 연금의 3분의1을 개인계좌로 분산시켜 주식, 채권에 투자하는 오너십 소사이어티(Ownership Society)개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개인들이 자기 책임에 따라 노후를 책임지게 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앞서 피네라 소장은 부시대통령 및 미국의회지도자들과 만나 연금개혁 방안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거쳤다고 한다.

■ 한국 연금개혁 아직 늦지 않았다.

피네라의 예상대로 라면 한국의 국민연금제도는 언젠가 파산에 직면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각국연금제도의 구체적 해법에 대해선 나라마다 사정이 달라 일률적으로 말할수 없다는 피네라 소장은 그러나 “한국을 비롯해 공적 연금제도를 도입한 세계 모든 나라들은 기금파산등의 문제점을 공통적으로 안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구 제도를 어떤 방식으로 흡수한 뒤 신 제도를 이끌어 갈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양쪽 모두를 만족할 순 없으므로 과감한 선택의 자유를 우선적으로 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피네라 소장이 조심스럽게 강조한 마지막 말이 한국 연금개혁 한계를 찌르는 듯 했다. “칠레는 연금개혁 이후 정권이 네 번씩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연기금에 대한 정치권 간섭은 전혀 없었다”며 “적립액과 수익액이 차곡차곡 쌓였고 마침내 국민에게 안정된 노후와 경제를 견인할 자본을 축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연금운영의 완전독립이 선결조건”이라고 힘줘 말했다.

/ godnsory@fnnews.com 김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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