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헬스 레저

[미쉐린과 함께하는 유럽 엿보기-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아드리아의 진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3.15 14:37

수정 2014.11.06 11:48



다음에서 설명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힌트 하나. ‘유럽의 화약고’ 발칸반도에 자리잡고 있으며 수도는 자그레브다. 힌트 둘. 축구 신흥 강호로 지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수케르의 나라다. 세계지리와 축구에 관심있는 이라면 이 2가지 힌트를 듣고 어렵지 않게 나라 이름을 맞힐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정답은 유럽 아드리아해 동부해안과 접해 있는 크로아티아다.


한국인들에게 크로아티아는 대개 위의 2가지 이미지로만 각인돼 있다. 그래서 ‘관광지 크로아티아’ 하면 왠지 어색해 지는 것이 사실이다. 한때 치열한 내전까지 겪었던 곳이 관광지라니 얼핏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 크로아티아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관광명소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라는 아드리아해를 가장 잘 만끽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90년대 내전 당시 아드리아해 연안의 한 도시가 폭격을 받자 세계 각국의 지성인들이 “크로아티아의 아름다운 도시들을 지켜야 한다”며 집단시위를 벌였을 정도다.

이런 크로아티아 내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도시가 아드리아해의 달마티아 해변에 위치한 두브로브니크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쪽빛 바다와 중세 건물들이 어우러져 강렬한 매력을 발산한다. 두브로브니크에 따라 다니는 ‘아드리아의 진주’(시인 바이런), ‘세계의 지상낙원’(극작가 버나드 쇼) 등의 수식어도 전혀 무색하지 않다.

응당 매년 여름이 되면 한바탕 ‘소란’을 피할 수 없다. 두브로브니크에서 여름 휴가를 지내려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이때 두브로브니크를 찾는 사람은 무려 백만명에 달한다. ‘게르만족의 대이동’이 매년 발생하는 셈이다.

■‘자연의 법칙’ 위에 있는 아름다움

두브로브니크는 ‘자연의 법칙’이 통용되지 않는 신비의 공간이다. 도시의 외양을 둘러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두브로브니크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3가지 색깔이다. 새파란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빨간색과 노란색 건물이 도시 전체를 수놓고 있다. 파랑, 빨강, 노랑이 조합된 도시라 해도 무방하다. 파랑, 빨강, 노랑이 뭉치면 원색보다 어두워지게 된다. 이것이 학창시절에 배웠던 3원색의 ‘감산혼합’ 원리다.

이 원칙에 따르면 세가지 색깔을 뿜어내는 두브로브니크 역시 어둡게 보여야만 한다. 하지만 두브로브니크는 세상 어떤 도시보다도 투명에 가까울 정도로 맑다. 이런 ‘비과학적 현상’에 대해 이유를 알아내려고 하지 말자. 당신은 관광객이지 과학자가 아니다. 단지 자연의 법칙을 뛰어넘는 두브로브니크의 아름다움에 취하기만 하면 된다.

■풍요와 비극의 역사가 한곳에, 과거와 공존하는 지상낙원

매혹적인 풍경이 두브로브니크의 전부는 아니다. 풍광만 내세우는 도시라면 백만명의 인파를 끌어들일 수는 없다. 두브로브니크의 진짜 매력은 역사와 도시가 합치돼 자유로운 영혼을 만들어 낸 점이다. 풍요의 역사, 비극의 역사 모두가 도시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두브로브니크를 ‘아드리아의 아테네’라 부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풍요의 역사부터 살펴보자. 두브로브니크에는 전기 낭만주의와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들을 쉽사리 찾을 수 있다. 덩그러니 들어앉아 ‘나홀로 화려함’만 뽐내는 건축물과는 격이 다르다. 돌로 지어진 성곽과 궁전, 성당들이 서로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람의 손으로 지어진 건 모두가 문화재인 셈이다. 유네스코도 두브로브니크의 이런 ‘조화미’에 감탄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바 있다.

두께 6m, 높이 15m에 달하는 두브로브니크 성곽은 꼭 둘러봐야 한다. 성곽 위에 서면 도시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도시 곳곳에 뻗어 있는 골목길 뿐 아니라 수많은 가로수길과 계단까지 다 보인다. 시선을 도시 구석구석에서 전체로 옮기면 도시가 새롭게 보인다. 마치 하나의 거대한 돌조각을 보는 것만 같다. 조각이 어떤 모양인지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니 직접 실천해 보자.

비극의 역사는 먼 곳에 있지 않다. 도시 전체가 ‘비극의 유산’이기 때문이다. 두브로브니크의 가옥들이 거의 빨간색 지붕인 것이 그 실증사례다. 가옥들의 지붕은 원래 노란색과 빛바랜 붉은색. 하지만 지난 1991년부터 2년여간 세르비아인들에게 폭격당하면서 대부분의 가옥들이 파손됐고 내전 후 주민들은 지붕을 보수해야만 했다. 이때 지금의 ‘빨강 지붕 행렬’이 다져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두브로브니크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린 3원색은 비극이 가져다 준 ‘선물’이었던 셈이다.

■여름에만 열린다. 예술·문화 페스티벌

매년 7월 10일부터 8월 25일까지 두브로브니크는 축제의 도시로 변모한다. 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 축제는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축포가 터지며 시작된다. 그후 5주동안 시내의 공원과 광장은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예술가들이 ‘접수’한다. 오페라, 콘서트, 독주회, 연극, 전시회, 시낭독회, 무도회 등 예술과 관련된 모든 행사가 이곳에서 펼쳐진다.
예술과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놓칠 수 없는 기회다.

/ star@fnnews.com 김한준기자

■사진설명=아드리아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라고 불린다.
특히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는 도시를 수놓고 있는 빨간색 지붕들이 아드리아해의 쪽빛과 어우러져 매혹적인 풍광을 빚어낸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