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시론]건강보험과 사회 양극화/이태형 국민건강보험공단 관악지사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3.31 14:40

수정 2014.11.06 08:27



요즈음 사회의 양극화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양극화 해소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세워 시행하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나름대로 이를 해소하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본다. 국가의 보건정책 또한 양극화 해소에 중요한 정책 중의 하나다. 특히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한 가정 경제의 붕괴를 방지하는 것은 물론 당사자의 근로 능력 유지 및 향상에도 중요하다.

지난 2002년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보건의료비 총지출 중 공공지출의 비율에서 우리나라의 비율은 50.3%로 OECD 국가의 평균인 72.4%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고 미국(44.9%), 멕시코(44.9%)에 이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가별 순위에 의해서가 아니라도 우리들이 병원에서 진료비를 지불할 때 본인 부담액의 비급여 부분의 금액을 보고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중한 질병에 해당할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다. 정부는 최근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80%까지 확대하기 위한 목표를 두고 암 등 중대 질환에 대해 보험 급여를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은 요원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사회 일각에서 끊임없이 주창하는 민간 의료보험의 활성화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저해하고 국민 건강을 위협하며 궁극적으로 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민간 의료보험은 이미 우리 사회에 깊이 들어와 있으며 그 규모만도 지난해 8조원에 이를 만큼 성장해 보험료 추정액은 건강보험 연간 보험료 수입의 40%를 웃돈다. 이미 시장에서는 민간 의료보험의 진입을 막고 있는 법적 제한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위험률 산정과 급여 설계의 어려움, 역선택의 문제, 사업 전망의 불투명성 등이 민간 보험회사들에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민간 의료보험의 활성화나 확대가 아니라 민간 의료보험에 대한 적절한 규제와 개입이 필요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민간 보험사와 보험학계에서는 민간 의료보험의 도입과 활성화를 학회와 공청회를 통해 외치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업계가 민간 의료보험의 도입 혹은 활성화를 주장하는 이유는 보험 산업의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대안적 시장 개발 즉 새로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해 지속적인 자본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국민의 진료 기록이라 할 수 있는 건강보험의 자료가 공개되지 않아 질병 위험률을 파악하지 못해 수익을 창출할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지 못하는 등 제반 문제점에 대한 대책 마련이 돼 있지 못한 것 또한 민간의료보험 업계의 현실이기도 하다. 또한 민간 의료보험의 활성화는 보건의료 서비스 측면에서 의료 이용과 접근에서 형평성을 악화시킨다. 고령자나 질병을 가진 사람들은 제외될 가능성이 크며 비용 부담이 어려운 저소득층은 물론 의료 접근을 어렵게 만들어 형평성이 훼손되고 공보험의 위상이 추락할 것이다.

또 국민 의료비 측면에서 민간 의료보험의 활성화가 국민 의료비를 절감시키는 비용 절감의 효과가 없다. 민간 의료보험이 시장원리에 움직이게 됨에 따라 민간 보험사들 간 경쟁이 필연적이 되고 그것은 민간 의료보험의 일반관리비와 광고 비용의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민간 의료보험의 활성화는 위험선택, 선택적 탈퇴와 단물 빨기라는 형태로 직접적으로 국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민간 의료보험회사들은 수익성을 위해 보험료를 납부할 능력이 없거나 건강상의 위험이 큰 사람들을 기피하고 있다.
결국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해소해야 할 국민 건강보험이 보장성을 충분하게 확대 강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민간 의료보험이 활성화된다면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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