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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각인형과 30년 김의광 목인박물관장…인생은 나무같아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4.12 14:41

수정 2014.11.06 07:48



성공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2% 더많은 열정이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남들이 어렵다고 피하거나 쉽다고 그냥 지나쳤을 일을 파고들고 도전하는 것이다. 서울 인사동에 있는 ‘목인 박물관’ 김의광(57) 관장도 그런 사람이다. 산업화에 밀려 사라져가고 일상생활에 가까이 있어 소중함을 몰랐던 전통민예품에 애착을 가졌다.

나무로 만든 목조각 전통민예품 수집가로 유명한 김 관장에 의해 지난 3월 문을 연 목인박물관은 국내에서 유일하다.
덕분에 홀대를 받았던 목조각과 목인들은 스타가 됐다. 목인들은 당시의 생활풍습과 의식문화·복식 등을 고증하고 연구하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어 더욱 주목되고 있다.

“저 색깔보세요.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다 같아 보여도 다 틀립니다. 삶을 마무리하는 순간 우울하고 어두웠을 길을 화려하고 아름답게 꾸며준 조상들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상여앞에 매달렸던 꽃나무 조각 200여점이 벽면에 가득 전시돼 있는 목인박물관에서 만난 김 관장은 오방색의 알록달록한 꽃나무 하나하나 짚어가며 시대별로 남겨진 꽃·새나무 조각을 설명한다. 군데 군데 칠도 벗겨져 있지만 200여점을 모아 전시하자 각양각색 선명한 꽃·새나무조각은 현대미술품 못지않게 화려하다.

300여점의 목인이 빼곡히 서있는 2층 전시실. 사연없는 사람이 없듯 사연없는 목인도 없다. 자신을 두고 첩에게 정을 준 남편에게 눈을 흘기는 본처 목인과, 아들을 바라는 부부의 목인, 호랑이를 탄 목인, 재주부리는 광대 목인 등의 표정이 퍽 재미있다.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하고 투박하고 모자란듯 하면서도 정겹고 또 옛것같지 않고 세련미도 풍긴다. 김 관장은 “목인은 청자나 백자 이상으로 우리의 고유미가 녹아 있다”며 치켜세운다.

남들은 꺼림직하다며 외면했을 상여를 장식했던 목인과 꽃나무. 이걸 어떻게 이렇게 많이 모았을까.

김 관장은 “큰 욕심 없이 시작한 일이 시나브로 재미를 붙여 박물관까지 차렸다”며 허허 웃었다. 그도 처음엔 박물관까지 낼 줄 몰랐고 박물관장이라는 직함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

벌써 30년전이다. 1970년대 어느날 한 외국인 친구집에서 우리나라 전통민속품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한국인인 자신도 처음보는 우리 옛민속품을 즐기고 있는 친구를 보며 무척 부끄러웠다.

그 이후 우리 전통문화인 민예품을 찾아나섰다. 퇴근후나 쉬는 날이면 골동품가게로 달려갔다. 맘에 드는 목조각품이지만 가격이 비싸 몇번을 만지작거리다 돌아오던 때도 있었지만 인사동·장안평을 뒤지고 뒤져 목인을 발견하면 가슴이 설��다. 기독교인이 상여장식을 모은다고 눈총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에게 목인은 아름다운 전통예술품일 뿐이었다. 이름없는 장인들이 만들어낸 목인은 장인의 예술혼과 숨결이 느껴졌고 질박한 매력에 푹 빠졌다. 이렇게 수집한 우리나라 목조각이 무려 3000여점에 이른다. 이뿐이 아니다. 베트남 중국 목조각들까지 접수, 동남아시아 목조각 2000여점도 김 관장 손안에 있다.

그는 수집품이 100점이 넘어서자 이 목인들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4년, 김 관장은 태평양계열사 녹차사업부문을 담당했던 장원산업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사업 일선에서 손을 뗀 김 관장은 용기를 냈다. 인사동에 1950년대에 지어진 일본식 양옥건물을 샀다. 오밀조밀 아기자기하고 집같이 편안한 점이 맘에 들었다. 김 관장은 “박물관이라고 조용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우리 박물관은 목인을 보며 차도 마시고 수다도 떨고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다”며 “앞으로 옥상공원에선 콘서트도 열 계획이라며 박물관은 문화공간으로도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젊어서는 하고싶은 것이 있어도 돈이 없어서 못하고 나이가 들어 돈이 있으면 하고 싶은 것이 없다고 하지만 나는 이제 다시 또 시작이다”는 김 관장은 앞으로 우리나라 목인전시회에 이어 동남아시아 목인들도 전시할 계획이다. 또 기회가 된다면 그동안 돌로된 전통 석조각 수집품도 전시할 석인박물관도 차릴 예정이다.

“목인을 수집한지 강산이 세번 변했지만 투박하지만 정겹고 아름다운 색상에 반해 세월 가는줄 몰랐다”는 김의광 관장. 그래서일까. 그의 모습에서도 가공되지 않는 목인같은 소박함과 순수함이 빛난다.

그의 사무실엔 ‘기쁨을 찾는 기쁨’이라는 이해인의 시가 이 시인의 친필로 쓰여져 있다 .

‘기쁨을 찾는 기쁨만으로도 나의 삶은 더욱 풍요로운 것이고 안에서 만드는 기쁨은 늘 힘이 있다’는 싯구처럼 그가 기쁨에 넘쳐 수집한 목인들과 함께 풍요로운 박물관은 재미와 감동이 넘쳐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고 있다.

■木人박물관은

목인박물관은 전통 인물·각종 동물의 모습을 조각한 목조각상 3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목조각상 전문 박물관이다. 조선시대를 중심으로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상여장식용 조각 및 신당·사찰을 포함한 각종 민속 목조각상들이 주로 전시되어 있다.

인사동 쌈지길 맞은편 청삿골길 골목으로 200여m쯤 올라가다 보면 공영주차장앞 오른편 골목길에 재주를 넘는 목인 부조와 '木人'이란 글씨를 새긴 조그만 간판이 보인다. 2층 주택을 개조한 갤러리 겸 박물관이다.

김의광 관장이 지난 2004년에 1955년 축조된 인수당 한의원 건물과 그 옆 콘크리트 건물 1동을 확보해 2005년 9월 목인 갤러리를 우선 개관한데 이어 11월28일 목인 박물관 등록을 마쳤다.

갤러리로 사용되는 박물관 1층 천장엔 50년 전 건축 당시 사용되었던 제비표 시멘트 포대가 고스란히 천장에 붙어 있다.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10일까지 '꽃과 새'를 주제로 한 상여 장식용 목인위주로 1층에서 개관기념 특별전을 열었다.
2층 상설전시장에서는 다채로운 다른 종류의 목인 300여점을 전시했다. 오는 19일부터는 '무신도'전이 펼쳐진다.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입장료로 박물관에서 커피나 녹차를 마실수 있다. 개관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02)722-5055.

/글·사진=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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