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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회장 父子 1조 사회환원]글로비스 주식 기부…경영권 승계 ‘일단 정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4.19 14:42

수정 2014.11.06 07:18



현대차그룹이 결국 ‘정몽구 회장 부자 사재 1조원 사회환원’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현대차그룹은 19일 전격적으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1조원 규모의 사재 사회환원 등 ‘파격적인’ 사회공헌 계획을 발표했다.

20일 예정된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현대차그룹이 사회 환원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발표하면서 향후 수사 방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이 1조원에 달하는 사재를 사회에 환원하기로 한 것은 수사의 ‘칼끝’이 정몽구 회장 부자를 겨냥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수일가 사법처리’라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보자는 의도도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준비된 사회환원 계획

현대차그룹은 검찰 수사가 시작됐을 때부터 “사회환원 계획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혀왔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뒤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수사와 관련해 현대차그룹이 다양한 수습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검찰 수사가 계열사 임직원은 물론 정회장 부자까지 겨눠지는 상황인 만큼 그동안 다른 주요그룹과 마찬가지로 여론 환기 등을 위한 대국민 사과와 다양한 내용을 담은 수습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현대차그룹측은 “오늘 발표는 검찰 수사결과를 떠나 그동안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사과이자 수습책”이라며 “그동안 외부에는 부인했지만 내부적으로 계속 방안을 검토해 왔으며 다만 세부 내용과 발표 시기만 미정이었다”며 사실상 준비된 대책이라는 것을 시사했다.

즉 환율 인하 등 대내외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수사로 신인도나 이미지가 추락할 경우 향후 국내 경영은 물론 글로벌 경영에서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인 만큼 경영을 조속히 정상화하기 위해 이번 대국민 사과와 수습책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정회장도 당초 이번 수사로 인해 오는 26일 예정됐던 미국 조지아주 공장 착공식을 오는 5월 중순으로 연기한데 이어 지난 18일 열린 중국 제2공장 착공식도 불참할 예정이었지만 대외 신인도 등을 감안해 직접 중국공장 기공식에 참석하는 등 글로벌 경영을 진두 지휘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측의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 이번 발표는 검찰 수사가 정회장 부자까지 겨눠지는 시점에서 서둘러 내놓은 ‘긴급 처방’일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수습책 효과는

현대차그룹의 이번 대국민 사과와 사회공헌 계획이 검찰 수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검찰의 수사 방향을 고려할 때 20일 정사장 소환 조사에 이어 금명간 정회장도 소환 조사를 받은 뒤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현대차그룹 안팎에서 힘을 얻어 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검찰은 일단 이날 현대차그룹의 대국민 사과·사회공헌 계획 발표와 관련해 “수사와 무관하다”고 말해 이번 발표와 무관하게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할 계획임을 밝혔다.

하지만 이번 수사에서 정회장 부자가 비자금 조성 등에 직접 관여한 정황이 포착되지 않을 수 있는 데다 책임이 있더라도 경제적 파급효과와 이번 현대차그룹의 수습책 등이 반영돼 ‘관용’이 베풀어질 수도 있다는 희망의 불씨도 아직 남아 있는 상태다.

현대차그룹도 정회장 부자가 삼성의 사회헌납액 8000억원보다 많은 1조원을 사회에 환원하는 데다 조직개편, 일자리 창출과 협력사 지원 등의 종합대책을 내놓고 향후 투명하고 선진적인 기업 경영 등 ‘재발 방지’를 약속한 만큼 ‘선처’를 기대하는 눈치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사회공헌 계획이 반영돼 정회장 부자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가 달라지면 검찰과 그룹이 ‘맞바꾸기’를 했다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경우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경영권 승계, ‘일단 정지’

현대차그룹이 오너 일가의 자금줄이었던 글로비스 주식을 조건없이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그룹의 경영권 승계 구도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재계에서는 현대차의 경영권 승계 계획은 검찰 수사에 이은 이번 글로비스 주식 사회환원을 계기로 한동안 수면 아래로 내려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사장은 그동안 글로비스 주식을 처분, 기아차 지분을 매입할 자금을 마련해 왔으나 글로비스 지분을 사회복지재단에 기부하기로 하면서 이같은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 yih@fnnews.com 유인호기자

■사진설명=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19일 오후 중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이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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