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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서울 전농8구역 재개발지구]골목마다 비방·홍보물 덕지덕지

정영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5.16 14:52

수정 2014.11.06 05:49



“재개발을 한다고 하니 조용했던 동네가 벌집 쑤셔 놓은 것 같아요. 현수막과 대자보가 온 동네에 깔린게 선거때보다 더 합니다.”

16일 서울 동대문구 전동4동 전농8구역 재개발 수주 현장에서 한 주민이 벽보와 현수막을 가리키며 한 말이다. 실제 전농4동 일대는 골목마다 건설사들의 홍보물과 경쟁사를 비방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10m 간격으로 걸려있고 벽마다 벽보가 줄지어 붙어있다.

■‘공사비 폭리’ 등 자극적 홍보물 넘쳐

전농8구역 시공권 입찰에 참여한 현대산업개발과 대림산업은 선거판을 방불케하는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현산은 ‘202억원 이상 사업조건 유리’, ‘상업지역 보상비를 드립니다’ 등이 쓰여진 플래카드를 내걸었고 대림은 ‘국내 유일한 외관 특허’, ‘월등히 높게 형성되는 프리미엄 ’ 등을 자사 장점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자사의 강점을 홍보하는 ‘포지티브 방식’에서 상대 업체를 깎아 내리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홍보전이 옮아붙으면서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

현산은 최근 ‘대림이 공사비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걸고 공세에 나섰다. 현산 관계자는 “총 사업비로는 현산이 202억원 이상 저렴해 조합원 한 세대당 3000만원 이상 부담이 적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림측도 ‘현산의 추가부담금이 밝혀졌다’는 홍보물을 뿌리며 맞대응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산이 공사비가 싸다고 하지만 철거비용, 발코니확장비를 뺐기 때문에 추가부담비가 우리보다 훨씬 높게 나온다”고 반박했다.

두 회사간 경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달으면서 ‘일단 터트리고 보자’식의 폭로전도 잇따르고 있다. 현산은 추진위와 대림간의 유착관계를 시사하는 ‘부정 서면결의 무효’라는 벽보를 붙였다. 하지만 정작 이 회사 관계자는 “현지에 사는 노부모와 대구에 있는 아들에게 동시에 결의서를 받으면서 일어난 일이다”며 “조직적으로 이런 일이 일어난 것 같지는 않고 재개발 수주 과정에서 흔히 있는 해프닝이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불법 경품 제공 등 위법사례도

수주전이 과열을 빚으면서 조합원들에게 호텔식사·고가 가전제품 제공 등의 위법사례도 포착되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건설산업기본법은 뇌물공여나 수수시 1년 이내의 영업정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

현지 주민과 업계에 따르면 현산은 16일 잠실에 있는 L호텔에서 200여명의 주민을 상대로 사업설명회를 가지면서 TV·김치냉장고·선풍기·세탁기 등을 경품으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농4동에 사는 김모(62)씨는 “어제 현산에서 사업설명회를 한다고 해서 호텔에서 식사하고 음식용기를 선물로 받았다”면서 “냉장고, 선풍기, 텔레비전 등 경품을 여러 사람이 받아 갔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사업 설명회에 오지 않은 사람에게는 현산에서 주방용품 세트를 돌렸다”고 말했다.

건교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업 수주와 물품 제공과의 연관성이 밝혀지면 영업정지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물품제공액수가 2000만원 이하이면 경고조치가 내려지고 그 이상이면 영업정지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산관계자는 “대림처럼 주택문화관이 없어 부득이하게 호텔에서 사업 설명회를 가졌다”고 말했다.


한편, 전동8구역 재개발 추진위는 오는 19일 주민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 steel@fnnews.com 정영철기자

■사진설명=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전농8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놓고 상호비방 등 업체간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전농4동 한 공사 현장 펜스에는 입찰에 참여한 현대산업개발과 대림산업측이 붙여놓은 홍보물들이 빼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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