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의 칸은 ‘영화의 도시’란 인상이 강하다. 칸영화제가 열리는 매년 5월이면 전세계 톱스타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5성급 영화’들이 줄줄이 상영되기 때문이다. 보는 것만으로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롤스로이스 팬텀 등 고급 세단들의 행렬과 스타들과 추격전도 마다않는 파파라치들도 이런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킨다.
하지만 은막에 고정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면 칸는 더이상 영화만의 도시가 아니다. 우선 지중해의 정수를 담고 있다는 코트다쥐르 해변이 영화 이상의 감동으로 다가온다. ‘색채의 마술사’로 불렸던 화가 피에르 보나르가 자신의 작품 ‘코트다쥐르’(1923)를 보며 “내 그림을 (칸느가 아닌) 파리로 가져간다면 그림의 푸른색은 곧 잿빛이 되고 말 것이다”고 했을 정도다.
시내에 펼쳐진 쇼핑거리도 상상 이상이다. ‘명품 천국’ 파리에 견줄 정도다. 알렉산드르 뒤마의 ‘철가면’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의 무대가 된 레랭제도 역시 놓쳐서는 안 되는 명소다.
■크로와제트 대로에서 영화의 향취에 빠지다
해안가에 펼쳐진 크로와제트 대로는 칸을 방문한 이들이 제일 처음 찾는 곳이다. 이 거리에서 프랑수와 트뤼포, 브리짓 바르도, 쿠엔틴 타란티노 등 톱스타들의 흔적을 음미할 수 있어서다. 대로 옆에 자리잡은 부티크에서 금방이라도 이들이 튀어나올 것만 같다.
길을 걷다 보면 처음 보는데도 왠지 익숙한 건물이 시선을 붙든다. 칸영화제가 열리는 팔레데페스티발이다. 칸을 와 본 적은 없어도 텔레비전을 통해 수차례 접했던 건물이다. 망설일 필요 없다. 레드 카펫에 올라가 나 자신을 스타로 만들 천재일우의 기회다.
건물 앞에는 배우들의 핸드프린트가 찍힌 보도블럭이 있다. 좋아하는 배우가 있다면 그의 흔적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자. 만약 없다면 애석하게도 그는 스타가 아닐 것이다. 팔레데페스티발은 스타들의 방문만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넘어 칸 100배 즐기기
체질적으로 번잡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칸이 준비한 ‘특별선물’이 있다. 바로 몽슈발리에 언덕이다. “칸에 영혼이 있다면 바로 몽슈발리에다”고까지 불려지는 칸만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다.
몽슈발리에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멀리서 보기만 하면 안 된다. 반드시 정상까지 걸어 올라가야 한다. 꼭대기에 있는 카스트르 박물관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박물관이 얼핏 요새처럼 보인다면 당신은 대단한 감각을 지닌 사람임이 분명하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외피를 바꿨지만 이곳은 실제로 중세시대 해적의 침공을 막던 요새였기 때문이다. 1952년 지금의 모습으로 개조돼 남미, 아프리카 등지에서 공수한 전통 악기들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 옆에 자리잡은 노트르담 데스페랑스 성당도 괜찮은 볼거리다.
쉬페르칸 전망대도 꼭 들러야 한다. 칸 시내는 물론, 도시 인근의 레랭 제도와 에스테렐 산, 알프스의 메르캉투르 산맥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항구의 불빛과 수평선까지 이어진 어둠이 합쳐지며 일궈내는 야경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특명, ‘지름신’을 물리쳐라
쇼핑족들에게 칸은 ‘새로운 발견’이다. 사방에서, 그리고 쉴새없이 강림하는 ‘지름신’(의지와 상관없이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물건을 사도록 만드는 신)을 물리치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지름신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곳이 포부르 생 오노르 거리다. 에르메스, 샤넬, 구치, 겐조 등 오트 쿠튀르(고급 맞춤복) 매장들이 모여 있다. 쇼핑객들을 위해 보행자만을 위한 구간을 따로 조성한 앙티브 거리, 칸시민들이 주로 쇼핑하는 메나디에 거리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쇼핑 명소다.
■소설속의 섬, 레랭
칸에서 15분 배에 몸을 실으면 레랭제도에 도착할 수 있다. 레랭제도는 나란히 자리잡은 생 마그리트와 생 토노라를 묶어 부르는 말이다. 두 섬 중 큰형 격인 생 마그리트는 소설의 배경으로 유명하다. 알렉산드르 뒤마의 ‘철가면’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의 주무대다. 철가면의 모델이 실제 갇혀 있었던 성은 현재 해양박물관으로 변신했다. 해적선에서 건진 물건들과 벽화 등을 전시하고 있다. 나폴레옹군에 의해 설치된 포탄 오븐도 구경할 수 있다.
생 마그리트의 절반 크기인 생 토노라는 베네딕트 수도원으로 유명하다. 수도원은 5세기경 건립된 이후 지금까지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수도사들이 와인 탄생의 주역이라면 비옥한 토양과 바닷바람은 빼놓을 수 없는 조역이다.
/ star@fnnews.com 김한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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