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극장가가 두 명의 톰(Tom)에 의해 점령당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리고 있다. 지난주 박스오피스에서 1·2위를 차지한 작품은 톰 행크스 주연의 ‘다빈치 코드’와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3’. 두 편의 영화는 각각 51.8%와 26.6%의 시장점유율을 보여 관객 10명 중 8명이 이들 두 편의 영화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주 첫 개봉해 단숨에 140만여명의 관객을 불러모은 ‘다빈치 코드’와 개봉 3주만에 전국관객 400만명을 넘어선 ‘미션 임파서블3’의 흥행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호로비츠을 위하여’ ‘짝패’ ‘생 날선생’ 등 한국영화 3편이 25일 나란히 개봉해 주목된다.
◇호로비츠를 위하여=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틈바구니에서 나름대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엄정화 주연의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음악을 소재로 한 휴먼드라마다. 인생에 실패한 스승과 상처투성이인 천재 제자의 이야기를 클래식 선율에 실어나르는 ‘호로비츠…’는 가슴 뭉클한 ‘전체관람가’ 가족영화로도 손색이 없다.
영국영화 ‘빌리 엘리어트’와 한국영화 ‘선생 김봉두’를 뒤섞어놓은 듯한 이야기는 뻔한 결말을 예견하게 하지만 변두리 피아노학원 선생 지수(엄정화)와 엄마 없는 천재 소년 경민(신의재)의 충돌이 빚어내는 디테일이 관객의 감정선을 자극한다. 특히 영화 속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해낸 엄정화와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잃은 뒤 자기세계에 갇혀 있는 천재 소년을 표현해낸 아역배우 신의재의 연기 앙상블이 볼만하다. 두 사람이 사랑을 확인하는 주요 장면에 등장하는 슈만의 ‘트로이메라이’와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등 영화 속 음악은 이번 영화가 관객에게 제공하는 또다른 선물이다.
◇짝패=와이어 없이 벌이는 ‘생짜 액션’을 즐기고 싶은 사람은 류승완 감독의 ‘짝패’를 선택하면 대과가 없을 듯하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피도 눈물도 없이’ ‘아라한 장풍 대작전’ ‘주먹이 운다’ 등을 만들었던 류 감독의 다섯번째 장편영화인 ‘짝패’는 무술감독으로 유명한 정두홍과 액션영화 마니아였던 감독 자신이 활극의 주체로 나선 액션영화다.
‘짝패’는 다소 멋을 부린 듯한 느낌의 전작들과 달리 투박하지만 생생한, 그래서 오히려 정감이 느껴지는 액션을 선사한다. 이번 영화에서 연출·주연 외에도 제작·각본 등 1인4역을 해낸 류 감독은 “요즘 영화는 우리가 어린시절 보고 자란 액션활극과 많이 다르다. 이번 영화를 통해 순수한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다. 평생 후회하고 싶지는 않아 이번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술감독으로서 한국영화계에서 주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정두홍 감독도 ‘장군의 아들’(90년), ‘런어웨이’(95년), ‘나에게 오라’(96년) 등 지금까지 자신이 스턴트로 참여했던 작품을 연상시키는 장면을 연출해냈다.
◇생, 날선생=아무 생각없이 웃고 싶다면 ‘생(生), 날선생’ 앞에 줄을 서라. 뮤지컬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한 박건형과 김효진이 코믹 연기에 도전장을 던진 ‘생 날선생’은 ‘투사부일체’ ‘선생 김봉두’ ‘여선생 vs 여제자’ 등 학교를 소재로 한 학원 코미디물을 벤치마킹한 ‘종합선물세트’같은 영화. 선생을 천직으로 생각하는 할아버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교사가 된 ‘날라리’ 선생 주호(박건형)와 같은 학교 여교사 소주(김효진)의 좌충우돌 에피소드와 로맨스가 영화의 기둥 줄거리다.
대체적으로 ‘안일한 기획영화’ ‘억지 코미디’라는 평가를 얻고 있는 이번 영화에서 건져올릴 수 있는 수확은 박건형의 몸을 던진 연기. 문근영과 공연한 ‘댄서의 순정’으로 주목받은 박건형은 능청스런 코믹 연기로 웃음을 던져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극의 분위기를 살렸다. 처음으로 코미디에 도전한 김효진도 어색하지 않은 코믹 연기로 자신의 연기 영역을 넓혔다.
/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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