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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과 함께하는 유럽 엿보기-프랑스 니스]낭만과 예술 품은 지중해 지상낙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5.31 15:12

수정 2014.11.06 05:04



코트다쥐르(Cote d’Azur). 남프랑스의 툴롱부터 이탈리아까지 이어지는 40㎞의 해안을 일컫는 말이다. ‘푸른 해안’을 뜻하는 이름 그대로 코트다쥐르는 푸르디 푸른 지중해를 품고 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해변을 거닐다 보면 지상 낙원이 바로 이 곳임을 실감하게 된다.

‘완벽한 휴양지’ 코트다쥐르 안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곳이 프랑스 남부의 항만도시 니스다. 벨에포크(19세기 말부터 1차대전 전까지의 아름다웠던 시대를 뜻하는 말)를 재현한 듯하면서도 현대적인 세련미를 풍기는 묘한 매력의 도시다.
맑은 공기, 온화한 기후, 아름다운 해변, 즐비한 야자수 등 천혜의 자연환경과 각종 위락시설의 조화가 이런 기이함의 원천이다. 유럽 부호들은 일찌감치 이런 매력을 눈치채고 수세기 전부터 니스를 피한지(避寒地)로 점찍고 앞다퉈 이곳으로 향했다. 물론 이들의 니스행은 현재진행형이다.

■구시가지부터 프롬나드 데 장글레까지

니스의 구시가지는 어지럽다. 거미줄같이 펼쳐져 있는 골목길에서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지도가 있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헤매는 것에 진저리를 치는 이라면 아예 구시가지로 발을 들여 놓지 않는 것이 낫다.

하지만 관광객들을 위해 ‘창조’된 모습에 지친 이들, 전시성 이벤트에 질린 이들이라면 구시가지는 반드시 들러야 한다. 이곳에서 니스의 참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구시가지에서 흔히 보이는 장면이 창문밖에 펼쳐져 있는 세탁물들이다. 식사시간에 맞춰 갓 구워낸 빵냄새도 시시각각 후각을 매혹시킨다. 사람냄새가 물씬 풍긴다.

얼핏 똑같아 보이는 건물들 사이에 문화유산이 숨어 있다. 특히 푸와소네리 거리 8번가에 위치한 아담과 이브의 판화, 바로크 양식의 성 레바파트 성당, 살레아 광장의 재래시장 등이 인상적이다. 휴양도시라고만 생각했던 니스에 대한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다.

이곳까지 와서 지역특산물을 맛보지 않는다면 어리석은 짓이다. 장 서지 에스푸노에서 구운 빵, 올리비에라에서 파는 올리브유, 페노키노상점에서 파는 샤베트, 바랄 식당의 라비올리(밀가루 반죽으로 양념한 고기를 싼 요리) 등은 꼭 맛보고 지나가야 한다.

니스 최고의 명물은 뭐니뭐니해도 해변가의 산책로 프롬나드 데 장글레이다. 1820년 영국인들이 만든 이 산책로는 당시에는 사회 고위층들만 거니는 특권의 장소였다. 하지만 지금 프롬나드 데 장글레는 니스에서 가장 대중적인 장소로 바뀌었다. 그림을 보는 듯한 지중해, 그리고 자갈 가득한 해변과 야자나무 사이를 걷고 있노라면 이곳에 평생 눌러앉고 싶어질 것이다. 특히 이 길은 남성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아슬아슬한 옷차림을 한 비키니 미녀들이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이 좋다면 반나 차림의 여성도 볼 수 있다.

프롬나드 데 장글레의 압권은 바다보다 더 푸른 의자들의 행렬이다. 파란색 의자들이 산책로 한켠을 ‘점거’하고 있다. ‘의자들의 행진’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무려 8㎞ 넘게 계속된다. 니스를 소개하는 책자들의 앞머리를 늘상 차지하는 풍경이기도 하다.

■화가들은 이곳에 다 모였다.

니스는 특색있는 미술관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마티스,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등 유명화가들의 미술관이 자리잡고 있다. ‘미술관을 유치하려고 시장이 많은 노력을 했겠거니’ 생각하면 오산이다. 니스를 마지막 고향으로 택해 이곳으로 이주해온 화가들이 많기 때문이다. 누구도 강권하지 않았지만 지중해를 껴안은 화창한 날씨는 약속이라도 한듯 이들을 니스로 모이게 했다. 마티스, 샤갈, 피카소, 고흐, 르누아르, 이브 클라인, 벤, 사카 소스노 등 많은 화가들이 니스의 호적에 이름을 올렸다. 그들의 작업실이 지금 미술관으로 바뀐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마티스 미술관은 시미에 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마티스 작품을 포함한 68점의 회화와 236점의 드로잉, 218점의 판화 등이 전시돼 있다. ‘색채의 마술사’란 마티스의 별칭대로 지상 최고의 안복을 누릴 기회다.

샤갈 미술관의 외관은 명성에 걸맞지 않게 소박하고 단아하다.
하지만 내부는 ‘에덴동산’, ‘노아의 방주’, ‘인간의 창조’ 등 걸작들로 가득하다. 미술관에서는 코트다쥐르가 한눈에 들어온다.
작품 감상도 하고, 경치도 즐기는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 star@fnnews.com 김한준기자

■사진설명=지중해와 닿아있는 아름다운 해변, 즐비한 야자수가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휴양도시 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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