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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한·미 FTA 협상]우체국보험 생보수준 규제 통신 외국인지분한도 폐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6.05 15:12

수정 2014.11.06 04:52



예상대로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본협상이 시작되자마자 미국의 거센 통상압력이 피부로 느껴지고 있다. 미 의회 의원들은 양국 협상단이 인사도 하기 전에 자동차와 은행·보험·의약품·통신분야 등에서 한국의 무역장벽이 제거되지 않으면 미 의회의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며 행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주로 자동차시장을 언급했지만 은행과 보험, 소프트웨어, 통신분야를 거론한 것에서 미국이 이 분야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우체국 보험 규제하라’ 대 ‘협상대상 아니다’

정부는 금융분야에서는 오히려 큰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금융시장이 이미 상당히 개방된 데다 제도나 기법 역시 선진국 수준에 많이 근접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의 규모가 여전히 세계 70위권을 맴돌고 있는 우리 금융시장 현실은 정부의 ‘자신감’과는 거리가 있는 구석이다. 미국의 개방 요구가 거센 우체국보험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미국은 우체국보험에도 민간 금융회사와 똑같은 규제를 적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농협을 비롯한 수협,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 유사금융기관들은 개별법의 적용을 받으며 일반 금융회사들과 따로 관리되고 있다. 민간 금융회사와 같은 규제를 받는다는 것은 개별법이 아닌 금융감독 당국의 감독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렇게 되면 외국 금융기관들의 시장 진출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우체국보험 등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지만 결과는 두고 볼 일이다.

국경간 금융서비스와 신금융서비스 개방도 논쟁이 예상되는 분야다. 국경간 금융서비스는 미국 금융기관이 한국에 지점이나 자회사를 두지 않고도 자사의 금융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신금융서비스는 말그대로 한쪽 국가에는 없는 금융상품들도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도록 하자는 방안. 정부는 신금융서비스는 국내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개방하고 국경간 금융서비스는 개방이 가능한 부분만 규정하는 포지티브시스템으로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학교 영리법인 허용하라’ 대 ‘국내법과 충돌, 안돼’

초·중등 교육분야는 양국간 별다른 논쟁이 없을 전망이다. 미국도 초·중등 교육분야에 대해서는 특별한 요구를 하지 않고 있고 정부도 초·중등교육은 공공부문이어서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쟁점은 고등교육 분야다. 정부는 대학교 이상의 고등·성인교육 분야는 문을 열어 줄 방침이다. 국내 교육시장의 경쟁력 향상은 물론이고 사교육 문제 등 교육시장의 ‘고질병’을 해결해 보자는 의도가 깔려있다.

그러나 고등교육 기관의 영리법인을 허용하라는 미국의 요구는 쉽게 들어주기 어려워 보인다. 영리법인을 허용하면 운영 수익금을 미국으로 가져 갈 수 있게 하는 것으로 국민 저항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법인을 비영리법인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 사립학교법과도 배치된다.

미국 대학의 한국내 분교 설치나 국내 대학과의 합작, 학생 유치기관 설치 문제 등은 정부도 크게 반대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무분별한 해외유학 풍토를 고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시장개방으로 지방의 낙후된 대학들이 줄줄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교육계의 우려를 해소하는 것도 정부 몫이다.

■‘통신사업자 외국인 지분한도 폐지하라’ 대 ‘통신주권, 들어주기 힘들다’

통신서비스 분야는 비교적 협상이 수월한 분야. ‘블루오션’이라는 미국시장 개방을 위해 나름대로 요구할 게 많기 때문이다. 미국은 통신기술 등의 분야보다는 국내 통신업체의 지분확보나 콘텐츠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KT나 SKT와 같은 기간 통신사업자에 대한 단일 외국인 지분한도를 49%로 제한하고 있는 것을 폐지하거나 비율을 높일 것을 주장하고 있다. 경영권을 노리는 목적이 분명해 정부가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다.

민간업자들이 자율로 통신 서비스 기술표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라는 요구도 있다. 정부는 이 문제가 모두 통신주권에 관한 문제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김종훈 한·미 FTA 협상 수석대표는 “한정된 자원과 좁은 국토 등 한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통신기술에 대한 정부의 역할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통신 콘텐츠 시장의 개방 요구도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사의 외국 프로그램 상영 제한을 없애라는 요구는 물론 방송사에 대한 외국 자본소유제한 규정도 완화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역시 들어주기 힘든 요구사항이다. 전자 전송물에 대한 무관세 관행도 이견이 있다.
미국은 무관세 관행을 계속 유지하자는 입장인 반면 우리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가 이에 대한 결정을 변경하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 dhlim@fnnews.com 임대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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