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정책 등 참여정부의 정책기조 수정문제를 둘러싸고 열린우리당과 청와대가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당 내부에서도 실용파와 개혁파간 불협화음이 일어나고 있다.
재야 출신의 김근태 의장이 취임 첫날부터 ‘서민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 중도실용주의 노선으로 기울자 일부 비상대책위원들이 현행 부동산정책의 손질을 요구한데 대해 개혁파가 발끈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김의장이 대표하는 재야파 사이에서도 새 지도부의 정책노선을 둘러싸고 이견이 표출되고 있어 여당의 향후 정책방향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더해주고 있다.
■개혁파 “골간 흔들자는 것”
개혁성향의 우리당 의원들은 13일 일부 비상대책위원들이 보유세의 완화 등을 골자로 한 현행 부동산정책의 부분적 조정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우리당도 함께 만든 참여정부 정책의 골간을 뒤흔드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김근태계로 분류되는 이목희 의원은 이날 한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은 골간이지 미세한 조정이 아니다”면서 “부동산 세금 정책의 부분적 보완을 얘기하는데 실제로 내용을 보면 골간에 손을 대라는 얘기”라고 쏘아부쳤다.
우리당내 정책통인 이의원은 “종부세 등 보유세가 강화돼서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은 전 국민의 2∼3% 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이런 저런 이유로 다 경감시켜주기 시작하면 세금정책의 골간이 무너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당이) 선거에 패배한 것은 부동산 정책이 강해서가 아니라 집값, 땅값을 못잡았기 때문”이라면서 “다소 인기가 없더라도 이 정책은 그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야파에 속하는 우원식 의원도 “취득·등록세 등 거래세를 낮추는 것은 생각해볼 수 있지만 보유세를 낮춘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당내 재야파의 핵심인물로 전날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완화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거론한 이호웅 국회 건설교통위원장을 겨냥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수도권 공장총량제 등 기업관련 규제의 완화 문제에 대해서도 이목희 의원은 “우리 대기업의 정서가 그런 측면이 있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겠다”면서도 “이런 문제를 불쑥 들고 나오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에 문제도 있고 투자 촉진에도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회의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퍼주기식 북한 지원’ 논란
전날 당정협의회에서 일부 당 관계자들이 ‘퍼주기식 대북 지원’으로 국민에게 비춰질 수 있다면서 대북 송전사업비의 대폭 삭감을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반발이 이어졌다.
친노직계의 외교통인 이화영 의원은 “대북 퍼주기를 얘기하는 것은 신보수를 표방하는 ‘뉴라이트’의 주장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수구보수세력의 주장에 휘둘려 참여정부 대북정책의 주요 성과으로 꼽히는 대북 송전사업 예산의 배정을 유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386세대 운동권 출신의 임종석 의원은 “당직자들이 퍼주기 논란을 거론한 것은 부적절했다. 부동산 정책과 대북정책의 기조를 흔드는 것은 또다른 신뢰의 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대변인 “비상등 켜고 직진중”
우상호 대변인은 “김의장의 움직임이 과거 생각을 버리고 신자유주의 쪽으로 기운 것처럼 비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면서 “지금은 비상등를 켜고 직진하고 있고 속도도 반발짝 앞서는 정도”라며 진화에 나섰다.
우대변인은 부동산정책의 수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정책기조에 큰 영향을 주지않는 범위에서 선의의 피해자를 최소화하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김의장이 당의 일치단결을 강하게 주문한 가운데 ‘탈계파’를 내세운 초선모임도 이날 결성됐다. 우대변인을 비롯, 최재성·박영선 의원 등 초선 의원 19명은 ‘처음처럼(가칭)’이라는 모임을 출범시키고 “정리되지 않은 의견이 여과없이 외부에 공개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면서 당의 단합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 rock@fnnews.com 최승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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