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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주상복합 여름이 무서워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6.13 15:13

수정 2014.11.06 04:27



“한여름날 온실 속에 있는 기분 아세요? 이건 고문이예요.”

여름이 다가오면서 더위를 하소연하는 주상복합 입주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벽면이 온통 유리로 돼 있어 햇빛이 대량으로 쏟아져 들어오지만 열 수 있는 창문이 워낙 작은데다 통풍이 되지 않는 구조 때문.

이때문에 대부분의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들은 이미 4월부터 에어컨을 작동시키고 있을 정도다. 하루종일 에어컨을 틀다보니 냉방병을 앓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왠만한 평수는 여름철 전기료가 월 100만원을 훌쩍 넘어가는 등 비용부담도 엄청나다.

■에어컨 안틀면 찜통,냉방병 심각

명품 아파트로 소문난 서울 양천구 목동 H주상복합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 여러모로 살기에 편리하지만 통풍 문제 만큼은 불만스럽기 짝이 없다. 특히 여름만 되면 골치다. 그는 “여름철 온실 속에서 태양빛을 쪼이고 있는 기분을 아느냐”면서 “작은 창문을 15도만 겨우 열리게 해 환기도 안되게 해놓고 온 벽면은 유리창으로 만들어 온실로 만들어 놓은 건 ‘고문’이나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했다.

강남구 도곡동 T주상복합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부 K씨. “작년에도 냉방병 때문에 고생했는데 올해도 큰 일”이라며 “에어컨을 안틀면 금새 찜통이 되기 때문에 안틀 수도 없다”며 불만스러워했다.


그는 “이 곳 여름철 전기료는 에어컨 때문에 왠만하면 100만∼150만원은 나온다”며 “전기료 때문에 못살겠다며 이사간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큰 창문 불가능,강제환기 불가피

더위가 찾아오면서 생기기 시작한 주상복합 입주민들의 이런 고민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주상복합의 건물 구조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해안건축 이상명 이사는 “주상복합은 기본적으로 30층 이상 초고층인데다 타워형이기 때문에 창문을 내서 환기를 시킬 수 없는 건물”이라며 “중앙 통제 시스템으로 환기와 냉방을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주상복합은 앞뒤 통풍이 가능한 판상형으로 지을 경우 초고층이 불가능하므로 주로 타워형으로 짓는다. 또한 초고층이므로 풍압에 대비 기밀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 일반 아파트처럼 짓지 못하고 유리로 기밀한 벽면을 만든다. 창문도 넓게 낼 경우 건물 내부와 외부의 기압차로 인한 풍압과 돌풍으로 건물 파손 우려까지 있어 현실적으로 넓히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통유리 벽면과 작은 창문 설계가 필요하며 이에 따라 환기가 되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햇빛막자 썬팅바람,썬팅사업 대호황

조금이라도 실내 온도를 낮추려고 안간힘을 쓰는 주상복합 입주민들이 늘어나면서 건물 유리창에 색깔이 있는 얇은 필름을 덧씌우는 썬팅업자들은 벌써부터 대호황을 맞고 있다.

건물 유리 썬팅 전문업체인 필름몰 한병진 사장은 “3M 조사자료에 따르면 주상복합에 썬팅을 할 경우 온도가 4∼5도 내려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면서 “그래서인지 최근 주상복합 썬팅 수요가 급증해 한달 평균 5000㎡정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썬팅전문업체인 유토코리아 관계자도 “주상복합 유리 썬팅 수요는 날씨가 더워지면 에어컨이 팔리듯 갑자기 늘어난다”면서 “지난 3월과 비교해 5월부터 일감이 배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까지 강남에 몰려 있던 수요가 요즘엔 서울시내 각 지역, 경기도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주상복합이 늘어나면서 신규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초동 포스코더샵 인근 현대슈퍼빌공인 관계자는 “요즘 입주자들은 다 알아서 썬팅을 한다”며 “주상복합에 썬팅은 기본이 된듯하다”고 말했다.

■“에너지 다소비형,앞으로 문제될 것”

햇빛 문제와 통풍이 되지 않는 주상복합의 문제점에 대해선 건설사들도 인정하고,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주상복합이 초고층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자연환기는 불가능해 강제환기 시스템을 보다 효율화시키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빛을 통해 실내 온도가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유리 시공도 내부 투과율이 낮도록 시공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상복합에 필연적으로 적용하는 기계식 중앙 통제 시스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임석재 이화여대 건축학과 교수는 “주상복합은 기본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앞으로 자동차 배기량 규제하듯이 건물 에너지량을 규제하는 시대가 오면 주상복합 건물 입주자들은 더욱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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