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동맥경화 부르는 중성지방,늘어가는 뱃살 막혀가는 혈관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6.14 15:13

수정 2014.11.06 04:26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허리사이즈가 36인치로 복부비만수준이다. 김씨는 보통 일주일에 3∼4회 술자리를 갖는다. 그래서 항상 저밀도(LDL)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지 않을까 걱정이다. 하지만 건강검진을 받으면 정상수치가 나온다. 그렇다면 김씨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연세대 노화과학연구소 조홍근 심장내과 교수는 “김씨의 경우 몇 년간 추적해보면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에 의한 고지혈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며 “복부비만인 사람은 혈관질환에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인 중성지방 높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나라 사람에 비해 중성지방이 높다는 게 문제다.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고지혈증 유병률 중에서 고콜레스테롤혈증(8.2%)보다 고중성지방혈증(17%)이 2배나 높게 나타났다. 또 우리나라 남성의 37%, 여성의 27%가 중성지방 수치가 150mg/dl 이상으 로 조사됐다.
이는 이웃나라 일본이나 서양인에 비해 높은 수치다. 따라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성지방 수치를 낮춰야 죽상동맥경화증을 예방할 수 있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을 비롯, 터키 등 몇몇 국가에서만 중성지방 수치가 높다”며 “이는 유전적인 요인이 크다”고 말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탄수화물 섭취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것도 중성지방 수치를 높이는 데 한 몫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중성지방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지방과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오메가 3지방산이 함유된 고등어와 같은 등푸른 생선을 먹는 게 좋다.

■여러질환 부른다

중성지방은 지방의 일종이다. 체내의 에너지 중 사용되지 않는 것은 피하지방으로 축적되는데 그 대부분이 중성지방이다. 중성지방은 음식으로 섭취된 후 소장에서 흡수되고 혈액으로 유입된다. 이후 혈액 중에서 에너지원의 운반이나 저장, 장기나 조직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통 탄수화물이나 술 등을 많이 섭취하면 중성지방 수치가 올라간다. 중성지방이 증가치를 보이는 주요 질환으로는 가족성 고트리글리세라이드혈증,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당뇨병, 비만증, 동맥경화증, 췌장염, 알코올 과음 등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당뇨병 환자는 중성지방이 높은데, 간에서 중성지방이 만들어지는 것을 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성지방을 관리하지 않으면 여러가지 질환이 발생한다. 혈관벽에 콜레스테롤이 끼어 혈관이 좁아져 피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면 죽상동맥경화증이 발병한다. 동맥경화증이 뇌에 있는 혈관에 생기면 뇌졸중이 생기고,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에 생기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같은 심장질환이, 또 다리로 가는 혈관에 생기면 다리가 썩거나 잘 걷지 못하는 하지혈관 질환이 생긴다.

■작은 콜레스테롤 만든다

이제까지 관상동맥질환은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져 있는 LDL콜레스테롤이 주요 발병 원인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관상동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콜레스테롤 수치는 정상인의 수치보다 높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고지혈증의 치료는 LDL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추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그동안 중성지방에 관심을 갖지 않은 것은 중성지방 수치를 측정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콜레스테롤은 어느정도 평균치를 유지하지만 중성지방은 섭취한 음식물에 의해 수치가 급변한다.

하지만 LDL콜레스테롤이 정상인과 같더라도 중성지방 수치가 높으면 관상동맥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 중성지방은 큰 LDL콜레스테롤을 잘게 부수는 작용을 한다. 즉 혈관 속에 침투가 잘 되는 형태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또 몸에 좋은 고밀도(HDL)콜레스테롤의 기능을 약화시킨다.

보통 LDL의 크기가 25.5nm보다 작은 것을 작은 LDL콜레스테롤이라 한다. 전체 LDL 중 39.6% 미만일 때에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130 mg/dl 이상인 군이라도 관상동맥 질환의 위험도는 2배 밖에 증가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LDL의 분포가 전체 LDL 중 39.6% 이상이면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이 5∼6배 증가하게 된다.

물론 LDL 콜레스테롤이 관상동맥질환을 일으키는 주요원인 중 하나다. 하지만 LDL 콜레스테롤 중에서도 중성지방이 높으면 필연적으로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작은 LDL 역시 관상 동맥질환 발병의 주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사진설명=정상적인 혈관(혈관1)에 비정상적인 LDL이 대식세포에 포식되면서 대식세포는 지방방울(혈관2)로 채워진다. LDL 입자를 포식한 거품세포는 결국 괴사되고 괴사된 자리에 콜레스테롤 결정만 남아 지질핵을 형성한다(혈관3). 지질핵 주변으로 혈관평활근세포가 모여들어 바닥과 천장을 구성한다.
지질핵 주변에 염증세포가 많아지면서 천장이 약해지고 사소한 물리적 충격이나 자극에 의해 죽상종의 어깨가 파열된다(혈관4). 지질핵은 혈액응고를 일으켜 혈종을 유발하고 심근경색증이나 불안전형 협심증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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