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더리펀드(Secondary Fund·유동화펀드)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벤처캐피털들이 투자한 기업중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부실기업 세컨더리(구주) 투자가 올 들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는 벤처투자 시장의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투자-회수-투자의 자금선순환에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의미. 다시말해 벤처캐피털은 펀드에 묶여 있던 투자자금을 세컨더리펀드에 되팔아 현금화함으로써 재투자 자금으로 또다른 벤처 신규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세컨더리펀드는 벤처캐피털들이 투자한 기업중 펀드만기(보통 5∼7년) 안에 회수하지 못한 투자지분(구주)을 인수해 현금화(유동성 확보)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반면에 세컨더리펀드 운용사는 싼값에 부실자산을 인수, 프리미엄을 얹어 되팔거나 기업가치를 높여 수익을 낸다.
이같이 세컨더리 투자가 활성화되는데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1조원가량의 펀드만기 대거 돌아오기 때문. 아울러 최근 코스닥시장 침체로 회수하지 못한 투자금 유동화를 위해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 또 동일 출자자인 벤처펀드(창투조합)와 특수관계인 세컨더리펀드 간 거래가 지난달부터 허용된 것도 한 이유다.
현재 세컨더리펀드 운용사는 스틱IT투자, KTB네트워크, 한화기술금융 등 5개사, 펀드규모(약정총액) 2490억원에 이르며 50%가량이 소진된 상태.<표 참조>
이 중 스틱IT투자의 국내 최대 세컨더리펀드(1190억원)가 상반기까지 전체펀드액의 27%인 89개 기업에 322억원을 투자했다. 이 중 14개사 구주를 회수, 내부수익률(IRR)은 1600%대에 달한다. 이미 3, 6월 두 번에 걸쳐 92억원을 배당했다. 펀드 결성 반년만에 나온 이 같은 기록은 업계 처음.
이같이 단기간에 투자가 가능했던 데는 부실펀드 하나를 통째로 사들이는 '패키지 투자' 때문. 이는 펀드운용사가 유리한 입장에서 싼 가격에 거래를 주도할 수 있다는 말. 특히 투자이후 회사를 키워서 상장후 매각하는게 아니라 유동화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곧바로 회수, 배분하는 전략이 먹혀든 것. 다시말해 여러 펀드에 나눠져 있던 투자지분을 모아(보통 20% 이상)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대주주에게 되판다. 또 신규사업을 준비하는 전략적 투자자들도 M&A수단으로 세컨더리를 인수하기도 한다.
또 펀드만기와 세컨더리펀드 투자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진 것도 이유. 실제로 5∼6년 전에 대거 결성한 벤처투자펀드들의 만기가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최소 1조3000억원. 내년엔 1조원 정도의 펀드가 해산된다.
스틱IT투자 정한설 상무는 "세컨더리펀드는 투자하고 회수하지 못한 '죽은 돈'을 '살아 있는 돈(신규투자재원)'으로 바꿔 벤처투자자금 선순환을 유도하는 역할이 크다"며 "앞으로도 전체 벤처투자 시장에서 10%는 세컨더리펀드 시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skjung@fnnews.com 정상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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