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특별 인터뷰]문원경 소방방재청장 “도로·주택 구조적위험 노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8.03 04:26

수정 2014.11.06 01:40



“지금의 상태로는 자연재해 피해가 매년 반복될 수밖에 없다. 국가 전 분야의 재해 방지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일신하는 근본적인 종합대책을 수립, 추진할 예정이다.”

문원경 소방방재청장은 이번 태풍 에위니아와 전국에 걸친 집중호우에 맞서 최전선에서 ‘국민 안전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부임하자마자 ‘한발 앞선(One Step Ahead) 풍수해 사전대비’를 강조해 이번 재해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번 수해를 겪은 뒤 그의 생각은 더욱 달라졌다.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3일 문청장을 만나 그의 소회와 앞으로의 대책을 들어봤다.

대담=임정효 건설부동산부 부장

―이번 태풍과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긴 했지만 그래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다.

▲호우 기간 이전기록은 16일이었는데 이번엔 23일이나 됐다. 지난 4월과 5월에 풍수해 대비 비상근무체제를 가동시키는 등 인명피해 최소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 지자체별로 대응케 한 것이 효과가 있었다. 또 집중호우가 시작되기 2∼3일 전 전국 지자체에 대비요령을 지시해 피해를 최소화시켰다.

―피해를 극소화할 대안은 과연 없는 것인가.

▲이번 수해 현장을 구석구석 돌아보면서 절감한 것이 있다. 구조적으로 풍수해에 취약하게 돼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많은 도로들이 물길받이에 놓여 있어 큰물이 가면 도로가 유실되기 일쑤다. 주택도 배산임수를 선호하는 바람에 많은 가옥들이 물길받이에 놓여 있고 산사태에도 무방비 상태다. 심지어 신도시 건설도 풍수해를 감안하지 않은 채 건설된 곳도 있다. 이를 임시대책으로 대응해선 재해가 매년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종합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수립해 추진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기상이변으로 인한 자연재해는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 앞으로 닥칠 수 있는 위기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클 수 있다. 따라서 태풍이나 집중호우에 대비해 물길받이에 있는 취약마을 등은 아예 집단 이주시켜야 한다. 도로설계도 재난에 대비해 이루어져야 하고 재해 위험지구정비사업과 소하천 정비사업 등도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는 일개 중앙 부처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전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힘을 합해야 가능하다.

국민들의 안전의식에도 문제가 있다. 재난이 발생했으면 우선 위험지구에서 빠져 나와야 하는데 안전지도를 해도 안전불감증에 걸려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민의 안전의식 구조를 바꿔야 할 때다. 안전의식 강화는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필수요소이기도 하다.

―정부의 재난지원이 비현실적이란 불만의 소리가 높은데.

▲정부는 국가재정 운용과 형평성 등 여러 가지 사정상 보상차원이 아닌 이재민 구호와 자활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복구비의 30∼50%를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 풍수해보험제도를 정착시켜 예산낭비를 막아야 할 것이다. 사실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 국민들은 재해가 발생하면 지나치게 정부를 의존한다. 일본의 경우 자연재난으로 인한 재산피해를 정부에 요구하지 않는다. 재해가 발생하면 국가가 당연히 지원한다는 국민인식은 자율적 방재체계를 정착시키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재해보험의 범위가 너무 좁지 않나.

▲풍수해 보험은 국민이 미래재해에 대해 자기 의사에 따라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지난 5월부터 주택, 온실, 축사에 대해 경기 이천, 강원 화천, 충남 부여 등 9개 시·군에서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2009년에는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보험료는 주택은 규모에 상관없이 2만∼5만원를 내면 2700만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그러나 이제 시작인 만큼 앞으로 보완해야 할 것이다.

―최근 안전복지라는 개념을 강조하고 있는데 소개해 달라.

▲재난 유형이 다양해지고 기술의 진보, 여가와 웰빙을 추구하는 생활환경 변화로 국민의 안전서비스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사회복지’ 개념은 취약계층이 대상이지만 ‘안전복지’는 전국민이 대상이다. 소방방재청은 ‘안전복지’를 서비스하는 ‘한국안전주식회사’로 거듭날 것이다. 이 개념은 서비스 대상의 특성에 맞게 1대 1 맞춤형 안전복지 서비스 설계를 하고 1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 주는 신개념의 대국민 안전복지 서비스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한 전기·가스 점검과 같은 1회성 안전점검과는 다르다. 대신 그동안 행정이나 사회의 힘이 미치지 못했던 재난에 취약한 지역이나 시설, 개별 가구 등을 대상으로 화재 등 각종 안전위험요소에 대해 종합적인 컨설팅 형태의 안전진단을 실시한다. 이를 기초로 위험요소 해소를 위한 안전관리를 설계해 체계적으로 서비스해 준다.

‘u119’가 대표적이다. 그 동안 119는 환자를 후송하는 단순서비스에 그쳤다. 그러나 u119는 지역 주요 환자들의 상태를 미리 파악해 어떤 병이 있는지, 어떤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인지, 어느 병원으로 데려 가야 하는지 등을 미리 다 파악해 놓고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자동적으로 환자를 후송하게 된다. 물론 예산이 더 필요하다.

―실천 사례가 있나.

▲지난달 ‘사랑의 안전복지 서비스 릴레이’를 모델로 개발해 안전취약지역의 현장인 경기도 포천의 상계마을에서 ‘안전복지’를 펼쳤다. 주민들에게 총체적인 안전진단을 통한 전문 안전컨설팅을 실시하고 소화기 및 단독형 화재경보기를 설치해 줬다. 또 위험유발요인이 될 노후 전기·가스 시설 교체, 마을회관에 ‘안전복지 119 구급함’ 설치, 주민 대상 심폐소생술과 소화기 사용법 교육, 가정마다 비상연락망 부착 등의 사업을 시행했다. 또 65세 이상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무선페이징 설치 등 ‘맞춤형’ 안전복지 서비스를 제공했다. 앞으로 심폐소생술 등 안전 실용 교육과 다양한 종류의 안전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농어촌 소화기 보내기와 재난지역 비상용품 보내기 운동 등 다양한 형태의 안전복지 서비스를 개발하고 자원봉사와 재원마련 운동 등 국민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세부 실천전략을 마련하여 함께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정리=dikim@fnnews.com 김두일기자

■문원경 청장은 대학 3년 때 행정고시에 합격, 공직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 후 내무부장관 비서실장, 행정자치부 민방위재난통제본부장, 차관보, 제2차관 등 옛 내무부와 행정자치부 요직을 두루 거쳤다. 또한 경남 진해시장, 통영군수, 울산시 행정부시장 등을 역임해 정책입안과 일선 자치단체 사정에도 밝아 '지방행정의 달인'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게다가 민방위재난관리국장, 민방위재난통제본부장 및 소방방재청 개청준비단장으로 재직한 경험이 있어 재난안전 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물론 소방방재조직에 대한 전문성까지 아우르고 있다. 이런 점들은 문청장이 빈틈없는 재난관리를 위한 적임자로 평가받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의 원래 전공은 물리학이다. 이 때문에 물리이론을 원용해 행정을 입체적으로 펼쳐 나가는 특유의 행정철학도 겸비했다.

행자부 제2차관 재직 때는 지방행정 혁신의 전국적인 확산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으며 차관보 때는 기민한 상황판단과 대처로 지방행정의 제반 위기상황 관리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 공직사회 안정에 기여하기도 했다.

진해시장 재임 때는 T·M(Thinking Man)운동을 벌여 시정혁신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이때 '거꾸로 가는 시계'를 시청현관에 달아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이 시계는 지금도 진해시청에 그대로 달려 있다. 문청장은 국가전문행정연수원장 때도 '거꾸로 가는 시계'를 게시하고 '변화와 혁신 참여마당'을 설치하는 등 풍부한 아이디어를 행정에 접목해 왔다.


문청장은 업무를 치밀하고 꼼꼼히 챙기는 스타일이다. 한편으론 자상하고 소탈한 성품으로 직원들과 격의 없는 자리를 자주 가져 행자부 직장협의회로부터 베스트 간부로 선정되기도 했다.
바쁜 일정에도 틈틈이 공부하는 면학도로 경제학, 도시공학 2개의 박사학위도 갖고 있다.

/김두일기자

■문원경 청장 약력 △57세 △경남 남해 △서울대 물리학과 △행시 17회 △내무부 사무관 △국무총리실 제3행정조정관실 서기관 △경남 통영군수 △청와대 행정비서실 국장 △행자부 민방위재난관리국장 △울산시 행정부시장 △소청심사위원 △행자부 차관보 △행자부 지방행정본부장 △행자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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