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주식해서 돈을 벌었다고 하고 누구는 주식때문에 폭삭 망했다고 한다. ‘대박과 쪽박’이라는 말도 증권시장에서 유행처럼 번진 단어다. 개인투자자들은 증권시장에서 벌어지는 정보 경쟁의 낙오자이고 ‘팔면 상한가, 사면 하한가’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수시로 바뀌고 미래를 예측할수 없다는 점에서 주식 투자는 위험한 자산관리 방법으로 인식되어 왔다. 증권시장은 평범한 사람들의 넋을 빼놓기 일쑤지만 현대 경제의 필수 요소다.
경제학자이자 투자전문가인 피터 L. 번스타인이 쓴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투자 아이디어’는 증권시장에서 횡행하고 있는 ‘투자의 통념과 상식’이 어떤 연원을 가지고 있는지 알려준다. 특히 현대 금융투자의 전략의 기원을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금융이론을 개척한 사람들을 비롯해 리스크와 가치평가, 투자수익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이론을 어떻게 현실에 작용하는지도 보여준다.
저자는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7명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을 통해 현대 금융과 투자이론을 개척한 사람들의 생각과 개인적 특성, 이론의 의미 등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책 1장은 “도박판이나 경마장, 증권사 객장에서 부자가 되기는 힘들다”고 말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새뮤얼슨의 말로 시작한다. 누가 주가를 예측할수 있을까?
수많은 사람들이 주가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었고 증권시장의 트렌드를 한눈에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다우존스 지수가 1884년에 탄생하기에 이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늘의 증시를 알고 싶을 때 가장 먼저 살펴보는 이 다우지수는 경제학자 찰스 다우의 가장 큰 업적이다.
주가 예상 가능성을 처음으로 분석한 사람은 프랑스 소르본 대학의 젊은 수학자인 루이 배슐리에다. 1900년 그의 박사학위 논문인 ‘투기의 이론’은 증권시장이 왜 그렇게 움직이는지를 수학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이론적인 연구 결과였다. 증권 가격의 브라운 운동, 즉 주가는 제멋대로 움직인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입증한 것에서 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증권데이터 분석의 아버지로 불리는 알프레드 코울스는 과거 몇십 년간의 데이터를 활용해 주가예측 가능성을 분석해 “투자 정보지의 주가 예측 성공률은 동전 던지기 확률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 분석가는 증권시장을 예측할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의 대답은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투자전략이 금융현장이 아니라 대학의 학자들에 의해 과학적으로 연구되고 실험되기 시작한 것은 주가가 대공항(1929년)이후 최악의 약세를 보인 1974년부터다.
‘주가는 예측할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이 증명되면서 증권 연구의 화두는 최대한 원금을 잃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방법에 맞춰졌다. 수익뿐만 아니라 리스크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관점에서 나온 기념비적인 포트폴리오 전략이다.
지금은 널리 쓰이고 있는 포트폴리오 전략은 1952년 해리마코위츠에 의해 쓰여졌다. 당시엔 생소한 ‘포트폴리오’라는 단어는 시카고대학출신의 스물다섯살 마코 위츠의 논문 ‘포트폴리오의 선택’에서였다. “리스크를 얼마나 감수해야 하는가? 투자자가 수익을 극대화 하면서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길은 있는가”라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투자자의 총자본을 의미하는 포트폴리오는 기본적으로 분산투자를 의미한다.
마코위츠는 증권가의 오랜 화두인 ‘모험하지 않으면 얻을 게 없다’와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마라’를 학술적으로 입증했다. 또 교통사고가 날 것을 대비해 상해보험같은 주식이 없을까를 고민하다 풋 옵션을 찾아낸 헤인 리랜드 교수는 현물과 주식을 혼합해서 위험을 최대한 줄이고 수익을 최대한 높이는 포트폴리오 보험을 실험했다.
풋옵션은 주식가치가 떨어질 것을 대비해 미리 정해진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를 사는 것이다. 주가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막기위한 투자전략이다. 9·11테러가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테러 일주일 전 아메리칸 항공사의 풋옵션 거래가 평균치의 11배이상 이루어졌다는 점을 그 증거중의 하나로 들고 있다.
‘이론 없는 현실은 없다’는 말처럼 이 책은 ‘가치투자와 포트폴리오 투자, 인덱스 펀드, 프로그램 매매, 주식가치, 시장전망 등을 어디서 누가 왜 쓰기 시작했고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를, 또 그것을 처음 만든 사람들의 에피소드와 함께 알려준다. 한마디로 증권시장의 통찰력을 높여주는 책인 셈이다.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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