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해외펀드·부실채권·PF등에 올 5兆 투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8.28 08:19

수정 2014.11.06 00:28




‘위험을 안고 가야 대형화 가능.’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 자기자본 직접투자(PI·Principal Investment)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은 물론 오는 2008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대형 금융투자회사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파이낸셜뉴스 조사결과 올 회계연도에 국내 증권사들은 최대 5조원 규모의 직접투자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조원 미만에서 5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국내 증권사는 올해 직접투자 투자금액을 자기자본의 10∼37%까지 투자할 계획이다.
따라서 지난 3월 말 현재 국내 증권사 전체 자기자본 규모(17조6253억원)를 감안하면 최대 5조원 안팎이 직접투자에 풀릴 전망이다.

주요 증권사들이 직접투자에 집중하는 배경은 자기자본을 확대해 ‘골드만삭스’ 같은 대형 금융투자회사 출현이나 출범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PI는 선두그룹인 대형사는 물론 중견 증권사들도 부서를 신설하고 투자처 물색에 나섰다.

■대형사 직접투자(PI) 본격화

국내 증권사 가운데 직접투자 부문에 적극적인 곳은 대형 금융투자회사를 꿈꾸는 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우리증권, 대신증권등 대형사들. 대부분 PI부문 투자한도를 확대하고 해외펀드, 부동산, 유전개발, 인수합병(M&A) 참여, 사회간접자본시설(SOC)투자, 프로젝트 파이낸스(PF) 등을 고려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지난해 500억원 규모에서 올 직접투자 목표액(투자한도액)을 총 5000억원으로 설정했다. 이는 지난 3월 말 현재 이 회사 자기자본(1조7342억원)의 28.8%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미 지난 7월 업계 최초로 해외 자원개발 부문에 직접투자를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유연탄 광산 개발업체의 회사채와 지분(주식)을 430여만달러에 인수한 것. 대우증권은 회사채 이자와 지분 배당 등으로 총 2000만달러 이상의 장기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우증권 백효환 상무는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고 수익구조를 안정화한다는 측면에서 PI 시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모든 상품별로 투자기간과 목표수익률을 달리해 위험을 줄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도 지난해 800억원 규모에서 올해 투자한도 금액을 3배 가까이 늘어난 2300억원으로 잡았다. 사모투자펀드(PEF)는 물론 비상장사 지분 인수, 유전 및 부동산부문 해외직접투자 등을 적극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자체적인 물건 확보와 해외 투자처 발굴에 주력하고 그룹내 우리은행, 우리F&I, 우리PE 등과의 공동 투자도 적극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증권도 지난 4월 PI팀을 신설하고 최근 부동산 전문가 2명을 영입하는 등 부동산개발과 대형 인수합병(M&A)에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할 예정이다. 한국증권은 올해 투자한도를 5000억원으로 정하고 PI부문에서 1000억원의 이익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선진금융기법을 개발해 대형투자회사로 발돋움하려는 대신증권도 올 회계연도에 모두 2000억원 규모의 PI에 나선다. 대신은 기존 주식부문 외에 해외펀드, 해외재간접펀드, 해외 주가연계증권 상품 등 투자기간을 단·중·장기로 나눠 대안투자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 밖에 현대증권은 PI본부를 만들고 기존 고유계정 주식투자 외에 SOC 투자, 부실채권 등 기업구조조정관련 투자를 통해 ‘고위험 고수익’ 투자전략을 선보일 방침이다. 현대증권은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해외부동산 발굴에도 나섰다.

■수익 확대보다 위험관리가 관건

오는 2008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되면 증권사들은 주식매매와 중개는 물론 자산운용 및 투자자문업 등을 모두 겸업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증권사들은 자기자본을 늘리는 것이 최대 현안이 됐다.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총알(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다양한 투자도 중요하지만 리스크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주요 증권사들은 직접투자를 못했다기보다는 안 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삼성증권. 삼성증권은 고유계정을 통한 주식투자 등 PI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입장이다. 자기자본을 직접 투자했다가 낭패를 볼 경우 회사가 ‘치명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누리투자증권 서보익 선임연구원은 “직접투자는 각 증권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위험을 파악하고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리스크 관리 및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상품별 접근 방식도 달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똑같은 금액을 투자하더라도 비상장 주식이나 해외부동산 투자 등은 기존 주식이나 채권에 비해 위험도가 높아 직접투자 때 신중한 결정이 필수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산업전반은 물론 국내외 경제와 세계적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과 장기 투자 시스템이 성숙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sdpark@fnnews.com 박승덕기자

■용어

PI란 주식과 채권을 사서 시세차익을 얻는 개념에서 한발짝 더 나아간 개념으로 보면 된다. 단순히 주식과 채권을 사서 시세차익을 얻는 개념에서 탈피, 딜에 직접 뛰어들어 딜을 만들어가는 주체의 하나가 된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면 인수합병(M&A)의 경우 그동안 중간에서 매수자와 매도자를 연결시켜주고 수수료를 받는데 그쳤다면 이제는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 돈을 집어넣고 M&A를 성사시켜 투자수익을 극대화한 후에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 증권사들이 PI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수익성 확대를 위해서다. 단순 수수료 수입을 가지고는 생존 자체를 위협받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 같은 위험을 감수하고 고수익, 고부가가치의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축적된 자본과 노하우가 어느 정도 뒷받침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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