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증권사 주식투자 실력 ‘낙제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9.07 08:14

수정 2014.11.05 12:39

국내 증권사 2곳 중 1곳이 올 1·4분기 주식매매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증시 조정국면에서 주식투자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증권사들도 실제 주식투자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낙제 수준의 투자성적을 올린 것이다.

6일 26개 증권사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1·4분기 사업보고서(4∼6월)'에 따르면 전체 증권사의 50%인 13개사가 주식매매에 따른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손실규모는 약 55억원. 그나마 채권 투자에서 2356억원 규모의 수익을 내면서 위안이 됐다. 하지만 10곳 중 3곳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익성이 떨어졌다.


■주식투자 실력은 글쎄

증권사들의 자기 매매를 통한 주식 주식매매차익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101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굿모닝신한증권 관계자는 "주가지수연계증권(ELS) 등과 같은 상품 발행증가로 헤지 거래가 늘면서 손실이 발생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20억원 규모의 수익을 냈다"면서 "실제 자기매매 거래를 정확히 표기할 수 있도록 현행 사업보고서 작성기준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SK증권과 NH투자증권 역시 각각 26억원, 23억원의 적자를 냈으며 현대증권도 약 9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

반면 신영증권(29억원), 한국투자증권(26억원), 대우증권(25억원) 등이 2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내 그나마 조정국면에서 체면치레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투자증권, 대신증권, KGI증권, 동양종금증권은 흑자를 냈다.

주가지수 선물거래에서도 전체 기업 중 17개 증권사가 적자를 냈다. 가장 손실이 큰 증권사는 하나증권으로 113억원의 적자를 냈다. 반면 삼성증권은 252억원의 흑자를 내 발군의 실력을 발휘 했다.

상대적으로 주가지수 옵션거래수익은 짭짤한 재미를 봤다. 26개 증권사가 1·4분기 옵션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약 814억원이었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대부분의 증권사가 자기매매 부문의 수익성에 ELS 등에서 발생하는 손실부문을 감안하고 있어 실제 자기매매를 통한 수익은 이보다 크다"고 말했다.

■채권투자도 30%가 수익 줄어

금리가 꾸준히 오르는 가운데서도 국내 증권사들이 채권 자기매매(딜링)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2356억원에 달한다. 자기 돈으로 주식을 사고 판 것보다 채권을 사고 팔아 돈을 더 번 것이다. 하지만 비교 가능한 25개 증권사 중 8곳은 지난해보다 수익이 줄었다.

중소형 증권사보다는 대형사들이 채권투자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투자증권은 약 346억원 규모의 수익을 내 1위를 차지했다. 다음은 대우증권 305억원, 삼성증권 269억원, 현대증권이 223억원의 높은 수익을 냈다.

대신증권(133억원), 한국투자증권(147억원), 동양종합금융증권(189억원) 등도 100억원 대 이상의 수익을 기록했다.

부국증권과 신흥증권은 각각 1억600만원, 6800만원의 적자를 내 저조한 수익을 냈다. 증가 폭이 가장 큰 곳은 현대증권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1.01% 수익이 늘었다. 반면 신흥증권은 투자수익 규모가 109.51%나 줄었다.

■장기투자 여건 부실

자산운용의 가장 기본인 주식 투자부문에서 부진한 성적을 낸 것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우선 실탄(자기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업계 1, 2위를 다투고 있는 우리투자증권(1조9938억원)과 삼성증권(1조8432억원)조차 자본총계가 1조원 대에 불과하다. 이는 곧 일정규모의 위험을 떠안고 장기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상황에 따라 주식투자로 인한 손실을 볼 수 있지만 일부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 때문에 사고 파는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기업이나 주식시장 분석에 탁월한 능력을 갖췄더라도 주식 매수·도 시점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kmh@fnnews.com 김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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