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돼지꼬리 잡고 순대 달라고 한다.” 일의 목적·방향과는 상관없이 성과와 속도에만 급급해 하는 것을 비유하는 것이다.
최근 여성가족부의 성매매 방지법 시행 2주년을 평가하면서 시민 감시단의 운영을 평가하면서 일부 언론들이 내린 결론이 바로 그것과 일치한다. 물론 대한민국 내에서 그동안 성(性)과 관련된 문제들이 너무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고 수많은 가지들 때문에 좀처럼 해결되지 않았던 것이었기에 기대가 너무 커서 그런 결론을 내린 것이라면 일면 이해는 된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정책과 의지를 폄훼하고 훼방하는 것이라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을 포함해 전 세계는 지금 성에 대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점점 더 자극적이고 충동적인 성을 내세우는 사람들과 그것이 현재 사회에 끼치는 영향과 과거에 나타날 결과에 대하여 위기를 강조하는 사람들이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 사이에는 사회의 통념이나 유행에 따라 성에 대한 기준과 가치관을 뒤바꾸는 사람들도 있다.
그 사례가 ‘2006 국제 성교육 박람회’, 일명 섹스포에서 한꺼번에 드러났다. 란제리 패션쇼, 스트립쇼, 누드 포토존, 연인 키스대회 등의 행사를 진행하려던 섹스포 주최 측과 그것을 반대하기 위해 시민감시단으로 선정된 하이패밀리가 1인 시위를 벌인 것. 그리고 그 와중에 환불 소동을 벌이면서 행사장에 입장한 시민들이 각각의 성향을 대표했다.
지금까지 인류 역사가 오랜 세월 지속돼 오는 동안 왜곡되고 변질된 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 경우는 전무하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성욕이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격하게 통제하고 당근과 채찍으로 협박과 회유책을 써도 불량 성문화는 근절되지 않았다.
성욕을 건강하게 충족시키고 건전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은 충치를 뽑아내듯 간단한 일이 아니다. 설령 즉각적인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방심하지 말아야 할 일이며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가 없더라도 계속 주목하며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일인 것이다. 더군다나 국민 개개인의 사생활을 규제하고 억압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에서 첫돌을 넘긴 지 얼마 되지 않는 여성가족부가 성매매 방지에 대한 정책에 대하여 실천한 행동들을 보면 과거 역대 정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들이 제법 많다고 하겠다. 성매매 여성들이 자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사후 대책 때문에 고민하던 사람들에게 재활의 길을 열어줬고 성매매에 대한 상벌의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국민들의 성 의식을 고양하고 절제하게 한 것 등은 칭찬받기에 충분한 일들이다.
지금은 이런 태도를 지원하고 격려해 주어야 할 때이다. 또한 더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매진할 수 있도록 전 국민이 협조해 주어야 할 때라고 본다. 지원 금액에 비해 실적이 저조하다느니 하는 오해와 근시안적 시선은 사기를 저하시키고 국민들의 외면을 조장하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그리고 이제는 전국민이 감시단원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성문제 때문에 자신과 가족 그리고 사회가 입는 피해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는데도 오로지 쾌락 때문에 여전히 잘못된 성을 추구하거나 방관한다면 성과 관련된 풍선효과는 끝끝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또한 아무리 철저한 법망이라 할지라도 무용지물로 만들 또다른 문제들이 곳곳에서 출현할 것이다.
그것을 막으려면 시민들의 힘이 절대로 필요하다. 건전한 성윤리로 무장한 시민들이 주무부서와 더불어 공공의 적에 대한 협공 작전을 긴밀하게 수행해 나간다면 성숙한 시민사회로의 발돋움은 물론 다음 세대를 아름답게 보호하는 것까지 얻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어떤 일이든 첫 술에 배부르는 일은 없다. 손 데일 것을 예상하고도 뜨거운 감자를 쥐고 있는 여성가족부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 주자. 바로 그것이 성매매, 성 알선, 성폭력을 막아내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애국행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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