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부동산에서 금융시장으로 자금이 옮겨 오고 있고, 특히 안정성 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채권시장도 동반 성장하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채권시장은 지난 2002년 563조원에서 2003년 607조원, 2004년 662조원, 지난해 722조원으로 급성장했다. 코스피 지수가 조정을 보인 올 상반기에도 채권시장은 성장, 6월 말 기준으로 시장규모는 758조원으로 커졌다.
하지만 아직 채권시장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한 걸림돌이 적지않다.
우선 유통시장의 시장 규모에 비해 거래 관행이나 투명성 측면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는 평가다. 인터넷 메신저를 이용한 브로커간의 장외거래 관행이 지속되면서 시장 투명성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일부의 우려가 제기된다. 이같은 유통시장의 불투명성이 외국인 투자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 채권시장의 중요 축을 담당하고 있는 회사채 시장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기업의 신규투자 기피로 채권발행 물량이 급감한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공모보다 사모를 권유하면서 물량 품귀현상을 빗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안성성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춘 투자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은 발행조차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조치도 시급하다.
■채권 유통시장 개선 논의활발
올들어 채권유통시장 개선을 위한 논의가 그 어느때보다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논의의 초점은 현재 장외시장 중심의 채권시장을 장내시장으로 바꾸자는 것. 증권선물거래소는 이를 위해 지난 2000년에 개설한 ‘국채전문유통시장(KTS)’를 통한 장내거래 활성화를 적극 추진중이다. 이에 대해 증권업협회는 장내거래는 기능적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며 오히려 장외거래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증권선물거래소는 채권 장외거래가 학연·지연 등을 매개로 한 폐쇄적 메신저 그룹(40∼50개 추정)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신저 거래를 통한 호가 및 체결정보가 시장에 실시간으로 공표되지 않음으로써 정보 비대칭성, 거래 불투명성을 초래하고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거래비용은 장내거래(거래수수료)의 경우 0.02375bp(매도/매수·1bp는 0.01%)이지만 장외거래(매매차익+중개수수료)는 1bp(매도)이다. 때문에 장외거래의 경우 수수료가 자본차익에 결합돼 채권가격에 전가되고 회계처리상 불명확성이 상존한다는 게 증권선물거래소의 주장이다.
증권선물거래소 채권제도팀 최현수팀장은 “불투명한 시장구조는 국채 이자소득 원천징수제도와 함께 외국인 투자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협회는 채권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증권업협회 이한구 전문위원은 “우량 채권은 없어서 못사고 인기 없는 경과물은 수요가 한정돼 있어 겨우 거래되는 실정”이라며 “무조건적인 장내시장 맹신은 채권시장의 특수성, 브로커의 순기능을 무시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강경훈 연구위원도 지난 6월 증권업협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채권거래의 특성상 대량 주문이 많아 가격 협상이 필요한 거래”라고 전제하고 “장내거래의 경우 투명성은 높은 반면 가격 협상 기능이 떨어져 장외에서 거래 상대방과 조건을 합의한 후 체결만은 장내에서 하는 등 장내거래가 파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채는 장내, 회사채는 장외.
장내거래의 단점, 장외거래의 장점으로 인해 어느 한 시장으로 매매가 단일화하기는 당분간 힘들 전망이다.
때문에 국채는 장내시장, 회사채는 장외시장으로 구분해 시장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장내시장이 자리를 잡으면 그때 회사채시장도 장내시장으로 끌어 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증권선물거래소도 어느정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국채의 경우 유동성이 풍부하고 정형·표준화된 소품종 대량생산 상품은 거래소 국채전문유통시장으로 단일화하고 회사채 및 자산유동화증권(ABS), 주가연계증권(ELS)등 다품종 소량생산 및 구조화된 채권은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도록 시장간 역할분담이 바람직하다는 것.
국채가 장내거래를 통해 공정성 및 투명성 제고, 딜러기능의 향상 등이 이뤄지면 금융시장의 기본지표인 무위험 금리의 안정적 형성을 도모할 수 있으며 외국인 투자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거래소는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에서 주최한 ‘채권시장과 통화정책’ 세미나에서 선정훈 건국대학교 교수는 “채권시장의 투명성이 높아지면 역선택으로 인한 비용이 줄어들고 매수호가와 매도호가의 차이(스프레드)가 감소하며, 투자자들의 신뢰와 참여가 높아지고 궁극적으로 시장의 유동성이 증가한다”며 전자거래(ETS) 활성화를 강조했다.
한 채권딜러 역시 “국채의 경우 장내거래가 서서히 자리잡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인기 없는 국채와 개별성이 높은 회사채의 경우 장내거래를 고집할 경우 시세조정, 가격하락, 매매부진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고채권은 장내거래 비중이 지난 2002년 11.0%에서 2003년 31.4%, 2004년 33.6%로 급증한 이후 2005년 31.6%, 2006년 8월말 현재 29.8%로 정체를 보이고 있다. 즉, 국고채권의 장내거래가 자리잡기 위해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뒷받침이 선결돼야 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회사채시장 육성에도 힘써야.
채권 유통시장의 개선과 함께 회사채시장을 키우는데도 관심을 기울여야한다.
회사채는 최근 매물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최근 몇년새 수출호조등에 힘입어 현금을 대거 확보한 기업들은 신규투자에 나서지 않아 발행 물량이 대폭 줄었기 때문.
회사채 상장잔액은 지난 2002년 141조원에서 2003년 136조원, 2004년 115조원, 2005년 107조원으로 줄었다. 6월 현재 104조원으로 올해도 회사채 감소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신규 상장이 급격하게 줄고 있기 때문인데 지난 2002년 54조원이던 회사채 신규상장이 지난해 39조원으로 크게 줄었다.
더불어 은행권이 사모사채를 적극적으로 인수하면서 공모 회사채 발행 부진에 한 몫하는 것도 시장 위축의 주요 원인이다.
공모시장의 위축에 대해 교보증권 전용기 연구원은 “회사채 물량 부족에 따라 국채 위주의 시장 형성, 짧은 만기로 인한 기업 신용위험 노출, 신용위험 헤지 수단 미발달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 위험이 높은 업종 등은 회사채를 발행하고 싶어도 발행할 수가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한화증권 채권운용팀 이용규 팀장은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 회사채는 품귀현상을 보이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은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해도 못하는 실정”이라며 “때문에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를 투자해 부도가 날 경우라도 이를 받아 줄 수 있는 부실 회사채 처리 전문기관 만들어 볼 만하다”고 밝혔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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