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김진세의 Stress-free] 스트레스의 정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1.02 18:03

수정 2014.11.04 19:50



이번주부터 직장인 스트레스에 관해 고려제일신경정신과 김진세 원장이 '김진세의 Stress-free'를 연재합니다. 김진세 원장은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동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 외래교수, 고력대학교 의과대학원 메조테리피학 책임강사로 활동중입니다. <편집자주>
‘거참 열 받네’, ‘뚜껑 열렸어’, ‘제대로 짜증이야∼’

하루에도 골백번씩 듣는 말입니다. 너무나 많은 정보와 관심으로 이미 스트레스는 온 국민의 ‘공공의 적’입니다. 위궤양이나 불안장애와 같은 질병을 만들고, 심지어는 심근경색이나 암마저도 악화시킬 수 있는 무서운 존재입니다.
의학적으로 ‘스트레스란 외부에서 우리 신체와 정신에 반응을 일으키게 하는 어떤 자극을 의미’합니다. 조금 쉽게 풀어볼까요.

밤길을 걷습니다. 인적이 드문 길인데다 가로등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서 조금 걱정이 됩니다. 골목을 도는 순간 무슨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다 보니, 호랑이가 인광을 휘날리며 노려보고 있습니다. 상상해봅시다(상상력이 부족하시거나 호랑이 출현이 리얼리티가 떨어진다고 느끼시면, 칼을 들고 복면을 한 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이 때 우리 몸의 반응은 어떨까요. 동공은 커지고, 입에 침이 바짝 마르고, 심장은 두근반 세근반, 소화도 안되고, 손발에 땀이 납니다. 더불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오줌을 만들어 내는 콩팥 위의 강낭콩처럼 생긴 ‘부신(adrenal gland)’이라는 곳에서는 아드레날린이 팍팍 나와 흥분상태를 더 가속시킵니다. 또 우리의 마음은 불안반응으로 인하여, 초조, 긴장, 공포로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됩니다. 반사적으로 우리의 몸은 곧 싸울 태세가 되는 것이지요. 아차, 호랑이니까 도망칠 준비를 하는 것이 맞겠네요.

이때 호랑이가 바로 ‘스트레스’ 또는 ‘스트레스 요인(stressor)’이고요. 순식간에 싸울 또는 도망칠 준비를 하는 몸과 마음의 반응이 ‘스트레스 반응(stress response)’입니다. 박봉에 야근까지 해야 하는 과도한 업무량, 성질 더러운 상사의 꾸지람, 마누라의 바가지 긁는 소리, 카드 빛은 엄청난데 철없는 남편의 새로 산 DMB 네비게이터와 자꾸 산으로 가라고 안내해주는 네비게이터 안내양 목소리, 모두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덕분에 머리가 어찔하고, 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 힘들고, 소화불량에다 두통까지, 게다가 직장을 그만둘까 하는 갈등하거나, 꾸지람 주는 상사가 죽이고 싶도록 싫거나, 마누라 미워서 연애나 해볼까 하는 가을 바람이 들거나, 당장 네비게이터는 물론이고 남편마저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 모두 ‘스트레스 반응’인 것입니다. 국어학자는 반대할 지도 모르겠지만, 스트레스 전문가로서는 ‘열 받네’라든지, ‘뚜껑이 열린다’든지, ‘제대로 짜증’이라는 말은 적절한 스트레스 표현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대책입니다. 스트레스가 없이는 살 수 없다면, 그 놈들과 맞설 대책이 필요합니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습니다. 압박감을 주는 ‘스트레스 요인’과 우리 몸과 마음에 일어나는 ‘스트레스 반응’을 정확히 읽을 수 있다면, 스트레스에 대한 대책은 쉬워질 것 입니다.
소망은 ‘김진세의 Stress-free’를 통해 스트레스 받는 모든 직장인이 행복해지길 바랄 뿐입니다.

/고려제일신경정신과의원 원장(drmes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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