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술 건강하게 마신다] 때론 약이 되는 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1.07 17:33

수정 2014.11.04 19:42


40대 직장인 서모씨는 얼마 전 자신이 B형 간염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보통 B형 간염환자들이 겪는 피로감, 무력증 등을 느끼지 못해 최근 병원에 들른 후에야 그 사실을 알았다. 서씨처럼 바이러스를 몸 속에 오랫동안 가지고 있으나 증상이나 간 손상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도 만성 보유자에 속한다. 서씨는 술을 많이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회식 자리나 친구들과 술자리가 생기면 자리를 피하지 않고 마시는 편이다.

서씨처럼 간염에 걸리고 당뇨병을 앓고 있거나 혈관질환 등 각종 질환이 있는 경우 자신의 건강을 지키면서 술을 마시는 방법은 없는지 전문의에게 들어본다.



■간염 환자 소주 3분의 1병만

사실 간염 환자들이 술에 관해 가장 민감하다. 몸으로 들어온 각종 약물이나 술, 기타 독성 물질은 간에서 모두 분해, 대사되기 때문이다. 이 물질들은 간을 거쳐 소변이나 담즙을 통해서 배출된다. 우리나라는 간 질환 및 간암 환자의 50∼70%가 B형 간염, 10∼25%는 C형 간염, 나머지 25% 정도가 알코올성 간염 및 지방간과 자가면역성 간염이다. 이 중 알코올성 간염 환자는 술을 절대 마시면 안 된다. 지속적인 과음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또 간염에서 발전된 형태인 간경변증을 앓고 있는 경우도 술을 입에 대지 말아야 한다.

반면 B형이나 C형 간염 환자들은 안전한 수준에서 음주가 가능하다.

고려대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변관수 교수는 “B형이나 C형 간염 환자 중 염증이 심하지 않을 경우 남자는 알코올 섭취 기준으로 30g(소주 3분의 1병), 여자는 20g은 가능하다”며 “하지만 간이 알코올을 분해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하기 때문에 1주일에 1∼2번가량만 마셔야 한다”고 말했다.

30g 정도의 알코올은 주종에 상관없이 대개 석잔 정도로 보면 된다. 권장된 것보다 적게 마신다 하더라도 최소한 1주일에 2일은 금주하는 날로 정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마시면 안 된다. 간에 유익한 술은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과다한 음주 후 해장술이나 불필요한 약제의 복용은 간 손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적당 음주는 혈당조절 효과

당뇨병을 포함한 고혈압, 고지혈증 및 심혈관 질환과 같은 만성대사질환의 경우 적당량의 알코올 섭취가 몸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즉 적당량을 섭취할 때 혈전 생성이 줄고 혈류가 좋아지며 혈당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효과를 보려면 대략 1∼2잔 정도의 술을 마시면 된다. 포도주는 포도주 잔으로, 소주는 소주잔으로 양주는 양주잔으로 잔을 가늠하면 된다. 하지만 이 양을 넘어서면 오히려 질환 이환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당뇨병 환자가 술을 마실 때에는 열량에 대한 개념을 가져야 한다. 열량은 알코올 자체에 의한 것도 있으며 술에 포함된 기타 첨가제에 의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같은 종류의 술이라도 열량에 차이가 난다. 예를들어 달콤한 포도주와 드라이한 포도주는 열량이 약 3배까지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맥주 한 캔에 대략 120㎉ 정도, 큰 포도주잔 하나에 250㎉다. 원래 당뇨병 환자들은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면 혈당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한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가 과음할 경우 ‘저혈당’에 빠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신촌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차봉수 교수는 “알코올은 간에서 포도당 생성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과음한 후 충분한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인슐린주사나 설폰요소제를 사용 중이거나 노인의 경우 저혈당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과음할 경우 오히려 충분한 탄수화물을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매일 1∼2잔 정도의 적은 양의 음주는 관상동맥질환 위험을 줄인다는 게 정설이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의 관상동맥질환 발병 위험도를 1로 했을 때 1일 평균 알코올 섭취량이 10∼15g인 사람의 관상동맥질환 발병의 상대 위험도는 0.68이고 30∼50g(와인 1∼2잔)일 경우 상대 위험도는 0.57인 것으로 보아 알코올과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은 서로 반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알코올이 동맥경화를 억제하는 고밀도(HDL)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높여주고 과도한 혈전 생성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음은 중성지방의 증가를 가져와 HDL 상승의 효과를 상쇄하고 결국 동맥경화를 촉진시킨다.

음주량과 고혈압의 위험도는 성별이나 연령에 따라 연구 결과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다. 하지만 소량의 규칙적인 음주는 고혈압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오히려 고혈압의 위험을 줄일 수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사항은 건강인에게 해당된다.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이나 노약자는 이보다 주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또 술을 마실 때는 식사를 충분히 해 술의 흡수를 늦춰 주고 몸싸움 등으로 흉부 등에 충격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음주 후 표피 혈관의 확장으로 인해 체열 소실이 많아지므로 몸을 따뜻하게 유지해야 한다.

■폐경여성 적정 음주 도움

폐경이 된 여성에게는 적정한 정도의 음주가 도움이 된다.

신촌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임승길 교수는 “폐경여성 중 술을 마시는 사람이 비음주자보다 골밀도가 약 13% 정도 높다는 결과가 나와 있다”며 “이는 폐경으로 여성호르몬이 부족한 상황에서 포도주에 포함된 폴리페놀 성분이 여성호르몬 양의 작용을 하고 알코올이 여성 체내에서 여성호르몬 생성을 촉진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뼈를 약화시킬 수 있는 부갑상선호르몬 농도를 상대적으로 낮춰주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이것도 건강음주를 지키는 선에서 가능한 얘기다. 과음은 오히려 뼈의 골밀도를 약하게 만들어 골다공증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실시간핫클릭 이슈

많이 본 뉴스

한 컷 뉴스

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