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 입문한 이후 박팀장은 채권과 그 삶의 궤적을 함께 해왔다. 채권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박팀장의 채권사랑은 남달라 보였다.
■불모지와 다름없는 채권시장 개척
‘ABF Korea인덱스종류형채권’ 펀드 매니저인 박성진 팀장은 96년 신영증권에 입사하면서 증권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조사부·국제부·주식부를 희망했지만 생각지도 않던 채권부로 발령났고 채권 애널리스트가 첫 임무가 됐다. 이 때만 해도 채권 애널리스트라는 직종 자체가 생소했던 시기였다.
대학에서 신문방송을 전공하면서 통계와는 익숙해졌던 탓에 수월하게 업무에 적응할 수 있었다는 박팀장은 “채권 애널리스트가 널리 알려진 시기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재미를 붙여가며 일을 했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그의 스타성은 이때부터 발휘되기 시작했다. 이코노미스트 같은 리포트를 쓰되 시황을 가능한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했던 것. 흡사 소설의 한 토막이나 무협지의 한 대목이 생각나는 듯이 써낸 그의 시황은 단박에 채권시장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체계적인 분석과 재미있는 채권시황을 쓰기 시작하면서 업계에 이름을 알리게 됐습니다. 어딜 가더라도 채권 애널리스트 박성진 이름 석자를 알아주는데 일할 맛이 나더라고요.”
안팎의 유명세는 그에게 초고속 승진의 기회를 제공했다. 박팀장은 당시 1500억원 수준이던 신영증권의 자본금을 40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입사 2년 만에 팀장으로 승진했다.
99년. 그는 삼성투신이 합병과 함께 조직 재구성에 나설 즈음 삼성투신운용으로 자리를 옮겨 투자전략을 맡으면서 채권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채권운용에도 철학이 있다(?)
박팀장은 ‘시장과 싸워서는 안 된다’는 철칙을 갖고 있다. “자본시장의 가격은 상당히 효율적입니다. 가격 움직임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하죠. 현명한 펀드 매니저라면 자신이 모르는 가격 변동에 공포감을 느낍니다. 만약 펀드 매니저가 고집을 피운다면 결국 그 펀드는 운이 다했다고 봐야겠죠.” 시장의 관점에서 시장의 흐름을 분석·통찰할 때 길이 보이고 성공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운용팀장이 된 후에도 리서치와 운용을 함께 병행하는 박팀장은 ‘단순히 분석을 위한 분석은 의미가 없다’는 운용원칙을 철저히 지켜가고 있다. 리서치팀과 전략팀을 별도 운영하지 않고 모든 정보와 의사 결정을 공유하는 운용본부 형태를 고집하는 이유다.
박팀장은 “자산운용사는 매수와 매도에 대한 정확한 의사 표현이 중요하다”며 “리서치 결과는 상품과 직접적인 연결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전망 보는 투자해야 성공
박팀장은 “채권투자는 투자원칙을 지킬 때 승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여러 가지 자산 가운데 채권은 가장 정직한 자산이고 성공 가능성도 높지만 과거보다 시장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어려운 점이라고. 그는 한국의 채권시장은 공정한 시장이고 노력하면 반드시 성과를 내는 곳이라고 확신했다.
바람직한 투자 방법을 묻는 질문에 박성진 팀장은 “전망에 의한 펀드는 대부분 실패하게 마련”이라며 “장기 전망에 따른 펀드 투자가 성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외화 흐름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대만이나 일본은 해외투자에 나서는 반면 우리는 달러를 쌓아놓고만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처럼 미국 부동산도 사는 등 코리아 머니가 세계 시장 곳곳에 재분배되도록 정책 당국이 힘쓰는 길이 진정한 경제강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외국 출장길에 만났던 한 백발의 매니저 모습에 몇 십년 후의 자신을 그려본다는 박성진 팀장. 그는 필드에서 원 없이 열심히 일한 후 최정점에 이르렀다 다시 매니저로 내려와 언제까지고 채권과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sykim@fnnews.com 김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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