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여의도 이슈 메이커] 한국투자자교육재단 초대 수장 김병주 이사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2.12 19:58

수정 2014.11.04 15:12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는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소중한 일입니다.”

이달 들어 갓 출범한 ‘한국투자자교육재단(이하 투자교육재단)’ 김병주 이사장(67·사진)의 투자 철학이다.

김이사장은 국내 증권시장의 투자 규모는 과거에 비해 크게 늘었지만 부동산 투자에 너무 몰려 있는 ‘투심’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이런 이유로 투자교육재단의 초대 수장을 맡은 김이사장의 투자철학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아름다운 노년을 꿈꾸는 모든 이들이 투자재단의 첫걸음에 주목하는 이유다.


■스스로가 주인되는 투자라야 진정한 가치투자

김이사장은 투자교육재단의 첫번째 이사장을 맡은 이후 하루도 편안하게 잠자리에 든 적이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투자에만 70∼80%가 편중돼 있는 기형적 투자구조를 어떤 식으로든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하는 김이사장은 “해법찾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따라하기 식’ 투자에 급급한 투기식 재테크가 현재의 부동산 거품(버블)을 야기시켰다는 것.

그는 지난 78년 서울 강남에 마련한 자신의 아파트까지 부동산투기에 휩쓸렸다는 점이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한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40대가 돼 장만한 알토란같은 집이 투기에 의한 자산으로 간주된 점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당시만 해도 강남 아파트는 ‘싸고 쾌적한 집’ 이란 의미 외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김이사장은 “현재의 부동산과 주식투자 및 저축비중이 8대 2에 이르는 구조는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50대 50의 투자비중을 거쳐 점차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비중을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 노후는 내가 책임진다.

새로 출범한 한국투자자교육재단은 ‘똑똑한 투자자, 든든한 가계, 튼튼한 경제’라는 모토를 갖고 있다.

모토를 직접 고안한 김이사장은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목표를 정하고 투자자 교육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며 “판매자는 물론 투자자가 함께 현명해져야 건전한 자본시장을 가꿔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퇴직자와 퇴직연금 가입대상자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이사장은 “미국 연금제도의 경우 퇴직연금이 도입되고 20여년이 흐른 뒤 은퇴자층이 형성됐기 때문에 투자자교육이 선행됐다”며 “이제 겨우 퇴직연금 도입 1년을 맞은 한국의 경우 교육시도가 많이 늦어졌다”고 지적했다.

과거와 달리 독립적이고 풍요로운 노후를 바라는 은퇴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퇴직자에 대한 투자자교육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모든 노년층의 행복한 노후를 보장할 수 없는 만큼 ‘내 노후는 내가 책임진다’는 의식하에 젊었을 때부터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김이사장은 재차 강조했다.

■걸음마부터 기초가 중요

투자교육재단은 투자신탁안정기금 잉여재산 401억원을 펀드투자 관련 교육사업에 쓰기로 한 기금총회 결정으로 탄생했다.

투자신탁안정기금은 부실 투신사를 인수한 한국투신(한국투자증권 전신)과 현대투신(푸르덴셜증권 전신)에 자금을 지원할 목적으로 지난 98년에 만들어져 2004년 2월 사업목적이 끝난 기금이다. 투자자 교육대상은 크게 적립식펀드 투자자, 퇴직연금 대상자 및 판매자, 퇴직자 등 셋으로 분류된다.

박병우 재단 사무국장은 “교육교재와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정기적으로 투자조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다 많은 투자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투자자 교육은 웹을 통한 강의, 세미나뿐 아니라 기업체 단위로도 이뤄진다. 한마디로 투자교육에 있어서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진다는 자세다.

특히 김일선 상무는 “구매하는 사람들이 시장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수익성보다 시장의 위험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게 교육의 초점”이라고 강조했다. 튼튼한 투자교육의 기초를 토대로 안정된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또 표면화되진 않았지만 자산운용시장의 성장과 더블어 펀드 불완전판매 등으로 인한 피해 우려가 높아진 만큼 은행 등 일선 판매창구 직원에 대한 교육도 강화할 방침이다.

/godnsory@fnnews.com 김대희기자

■김병주 이사장은

"똑똑한 투자자를 만드는 게 제 소임입니다."

40년 가까이 경제학이라는 한 우물을 판 김병주 한국투자자교육재단 이사장(67)의 창립 기념사 중 일부다.

그는 아직은 이사장이라는 호칭보다 교수라는 직함에 익숙하다고 말한다. 현재도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번 투자재단 출범과 함께 이사장직을 제의받았을 때도 그의 마음을 이끈 것은 바로 '교육'이라는 재단 목적이다.

상아탑에서 학문을 통해 제자를 가르치는 것과 재단에서 모든 투자자와 판매자들을 상대로 실전투자교육을 하는 게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

국내·외 경제통으로 널리 알려진 만큼 김이사장을 가만히 놔둘 리는 만무했다.

한국, 미국, 영국 등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김이사장은 재무부, 한국주택은행,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각 분야에서 중책을 맡았다.

특히 지난 2001년엔 한국경제학회 회장을 맡아 국내 경제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런 풍부한 경제 분야의 각종 경험들로 그가 이사장에 선임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셈이다.

'똑똑한 투자자, 든든한 가계, 튼튼한 경제'라는 재단 모토를 직접 나서서 고안해 낸 것도 학자로서의 욕심을 떠나 모든 이들의 행복한 노후설계를 위한 그만의 배려가 묻어난다.

미국과 영국 등 금융선진국들은 이미 수 십년 전부터 연령대별로 투자자교육을 강화, 체계적인 수익률 쌓기에 나선 것도 그에겐 너무 부러웠던 점이다.

머리 새하얀 노부부가 서로 손을 맞잡고 여행을 떠나는 장면이 그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 부동산시장의 과열 움직임은 멈춰야 하고 800조원에 달하는 거대 부동자금 등이 건강해진 증시로 들어와야 한다고 김이사장은 강조했다. 일본 부동산시장의 실패라는 전철을 밟기보다는 홍콩의 기민한 경제, 금융정책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 부동산투자 비중이 80%에 달하는 점은 너무 과도하다"며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이 신속하게 자리매김 해야 될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김병주 한국투자자교육재단 이사장 약력 △67세 △경북상주출생 △경복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서울대 대학원 △영국 글래스고대학교 대학원 △미국 프린스턴대 대학원 경제학박사 △재무부 금융산업발전심의위원회 위원 △한국주택은행 이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사 △한국경제학회 회장 △(현)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