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4일 발표한 전·월세 계약내용 신고제를 놓고 시장이 크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실거래가 도입과 함께 전·월세 계약내용 신고제는 정부가 개인간 사적거래까지 모두 파악하겠다는 것으로 개인 프라이버시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는 가만히 앉아서 전·월세값을 마음대로 통제하려는 행정편의주의식 발상으로 시장경제 원리와 배치된다는 것이다.
내집마련정보사 정태희 연구원은 “국가가 주택대출 현황을 비롯해 매매, 전세, 월세 등 주택과 관련된 모든 거래내역을 파악해 직접 통제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사실상 정부가 복덕방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도입해 봤자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전세와 달리 월세는 매달 집주인에게 직접 건네는 경우도 많은데 월세를 낮춰 신고하면 파악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D공인은 “현재 세입자는 전세계약을 할 때 동사무소에서 확정일자만 받아두면 된다”며 “그런데도 전·월세 계약내용 신고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세입자를 위한 게 아니라 앉아서 편하게 관리해보자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K공인 관계자는 “전·월세 가격 인상률 한도를 정하고 이를 지키는 임대인에게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하는데 과연 정부가 정한 인센티브가 집주인들을 만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만약 인센티브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중계약서를 통해 이윤을 보전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 주택경기를 더욱 죽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스피드뱅크 김광석 팀장은 “서울·수도권 주요지역은 전·월세 수요가 많아 정착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지방은 집을 팔려고 해도 팔리지도 않는 상태에서 전세·월세가격 통제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전·월세 계약내용 신고는 계약자료를 축적해 전·월세 수요 예측과 가격변동 전망 등을 통해 서민주거안정 대책을 치밀하게 수립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열린우리당 부동산특위와 정부는 당정협의를 통해 전·월세 계약신고제에 합의하면 2월 임시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작업을 마무리해 곧바로 시행키로 했다. 당정은 신고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신고된 계약에 대해서는 주택이 경매 등에 넘어가는 경우에도 계약금의 최대 50%를 보호받는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shin@fnnews.com 신홍범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