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jean)는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옷 중 하나로 ‘제 2의 피부 (second skin)’로 불릴 만큼 친숙한 패션아이템이다. 오늘날 청바지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즐겨 입으며, 때로는 젊음과 반항의 이미지를 상징하기도 하고, 여성의 섹시한 모습을 강조하는 데 훌륭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청바지의 기원을 살펴보면 지금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태생으로 노동자의 거친 작업복에 시작되었으니 매우 아이러니한 역사를 지닌 옷이다. 1848년 캘리포니아 세크라멘토 강에서 금광이 발견되자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이 세계 각지에서 모여 들었고, 격렬한 노동에도 견딜 수 있는 질기고 튼튼한 작업복이 필요하게 되어 탄생한 것이 ‘청바지’인 것이다.
튼튼한 트윌조직의 천으로 만든 작업복에 불과했던 청바지는 19세기 말, 실용성을 인정받아 ‘블루진’이라 불리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1929년, 미국의 대공황이 오자 서부의 목장 경영자들이 동부 부호들을 상대로 목장을 휴가지로 개방했고, 이들이 그 곳에서 카우보이와 같이 청바지를 입고 휴가를 즐기기 시작하면서 청바지는 또 한 번 전환점을 맞는다. 즉 청바지가 작업복에서 캐주얼하게 입을 수 있는 휴가복, 레저복으로 변화하게 된 것 이다.
30년대에는 청바지가 평상복으로 대중화 되면서 영화에도 등장하게 됐고, 대표적인 남성성의 상징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50년대에 들어서는 제임스 딘, 말론 브란도 등 유명 배우가 청바지를 즐겨 입으면서 ‘청바지’는 거칠고 반항적인 남성적인 이미지로 자리잡았다.
이후 60년대 페미니즘 열풍과 함께 여성해방운동의 일환으로 여성들도 청바지를 입는 것이 생활화 됐다. 70년대 파리 뉴만(Newman)의 의상발표회에서는 앞지퍼가 달린 여성 청바지가 등장하면서 여성도 성적욕망을 표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에 이르렀다.
이후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이 앞다퉈 디자이너 진을 발표하기 시작하면서 청바지는 그야말로 사회적 지위 상승을 하게 된 것이다. 긴 세월 동안 다양한 스토리와 역사를 쌓아 온 청바지는 오늘날 또 다른 새로운 스타일로의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 거친 작업복이었던 청바지가 이제는 아찔한 하이힐과 타이트한 셔츠와 어울려 섹시미를 상징하게 될 줄 그 누가 알았을까.
/빈폴진 남지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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