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다시 시장주도 세력 떠오르나.
줄곧 국내 주식을 매도했던 외국인들이 대규모 순매수세에 나서면서 단숨에 1400을 뚫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올들어 국내증시에서 확실한 매수주체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외국인 매수세는 긍정적인 시그널로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외국인 매수가 지수선물시장에서 환매수만 있을 뿐 신규 매수가 없는 등 추세 전환을 확정짓기에는 섣부르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세계 자금, 중국서 한국으로 이동
외국인이 이달 들어 이틀간 사들인 지수선물은 모두 1만4000계약 정도. 지난달 전체 순매도 규모인 2만6000계약의 상당부분을 만회했다.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도 대규모 순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코스피시장에서 34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특히 이날 외국인은 은행업종을 집중적으로 순매수해 국민은행 등 대형 은행주들은 6%가 넘게 폭등했다.
이날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에 따르면 지난 한주 동안 한국 관련 펀드로 34억7200만달러가 유입, 이 자금이 집행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증권 황금단 연구위원은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신흥시장에 자금을 넣었던 외국인들이 리스크를 덜기 위해 아시아국가 중 가장 밸류에이션이 낮은 국내 은행주들을 대거 매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국민은행과 신한지주의 신용등급을 올릴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외국인들이 이들 주식을 대규모 매수에 나섰다”고 말했다.
■외국인,기관 대체하나
외국인들의 매수세는 올들어 줄곧 매도만 했던 국내 기관들을 대체하고 새로운 매수주체로 부각될 가능성도 크다.
올들어 국내 증시는 아시아 다른 증시와 반대로 ‘나홀로’ 하락한데다 다른 신흥시장의 고평가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투자 메리트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 매수주체였던 국내 기관들은 해외펀드 ‘붐’으로 올들어 자금유입이 줄어들자 하반기 실적이 좋아지는 하이닉스까지 매도에 나섰다”며 “때문에 당분간 기관들은 국내 매수주체로 돌아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외국인이 매수세력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1·4분기에 대한 실적 실망은 올들어 주가 조정으로 반영이 된 것으로 보이고 하반기 실적 개선의 기대감이 외국인뿐 아니라 개인들의 매수 대열 동참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친디아 대체시장으로 국내 증시 선택
반론도 만만치 않다. 증시 수급 상황을 확연히 바꾼 외국인의 지수선물 매수에서 이틀 연속 순매수가 아닌 환매수에 치우쳐 신뢰감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서울증권 박문서 책임연구원은 “이달 들어 외국인은 지수선물을 대규모 사들이긴 했으나 미결제약정이 전혀 늘지 않아 대부분 그동안 매도했던 지수선물을 거둬들이는 환매수”라며 “당분간 외국인 매수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이나 오히려 시장 기대감만 너무 높아져 오는 8일 옵션만기일 등 시장 급락의 우려는 더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해 4·4분기부터 특별한 매매패턴을 보여주지 않던 외국인 매매가 그나마 방향성을 보인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신호라는 분석이다.
김세중 팀장은 “2006년 11조원을 매도했던 외국인들의 최근 대규모 주식순매수 전환은 과열논란이 불거진 중국 및 인도시장을 대체할 안정적인 신흥시장으로 국내 증시를 선택한 것으로 보여 기대할 만하다”고 진단했다.
/hu@fnnews.com 김재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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