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또다시 안개 속에 빠졌다.
법원이 정몽구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자 현대차 서울 양재동 사옥은 충격에 휩싸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가뜩이나 국내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집행유예를 기대했는데 재판부가 정 회장에 대해 실형을 선고해 당혹스럽다”며 회사의 앞날을 걱정했다.
다만 직원들은 재판부가 국가경제 기여도, 경영관점에서는 유리한 판단을 했다는 점 등 정상참작할 부분을 길게 설명한 것은 유죄와 함께 정 회장의 경영능력 역시 인정한 셈이라며 2심에서는 양형이유가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대차 당혹, 각종 사업 또 연기 불가피
정 회장에 대한 보석이 유지되면서 법정구속은 면했지만 실형 선고로 운신의 폭이 좁아지면서 그동안 집행유예를 기대하고 미뤄 왔던 각종 사업이 재연기될 처지에 놓여 있다.
당장 다음주 중으로 예정됐던 임원급 인사가 무기한 연기될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사를 위해서는 정 회장의 최종 결심이 필요한데 정 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로 일정을 미룰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4월 중으로 계획한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 준공식과 현대차 체코공장 착공식도 연기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들 행사의 경우 지난해 말 이후 2∼3차례 연기된 상황이어서 현지에서는 현대차는 물론 국가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 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미래형 친환경차 국산화 작업 역시 또다시 보류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또 지난해 현대차 사태 이후 추락한 브랜드 이미지 제고 노력도 물거품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신기술 및 개성적인 디자인 개발 강화, 생산 및 서비스 품질 재검토 등 최고경영자의 과감하고 신속한 판단이 필요한 경영 역시 지연되거나 보류되는 사업이 속출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국가경제 기여, 개인적인 욕심 없었다는 양형이유는 그나마 위안
집행유예를 기대했던 현대차는 실형선고에 당혹해 하면서도 재판부가 밝힌 양형이유로 그나마 위안을 찾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재판부가 정 회장의 양형이유를 설명하면서 정상참작할 부분을 장황하게 설명한 것은 유죄와 함께 정 회장의 경영능력 역시 인정한 셈”이라며 “결과는 징역 3년의 실형으로 흡족하지 않지만 재판부가 국가경제 기여도 등을 깊이 있게 참작한 것에 미뤄 2심에서는 보다 나은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재판부는 부외자금과 관련해 정 회장이 그룹 경영에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자금 소요에 대비하기 위한 측면이 있고 일부는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활동 등 국가적인 행사를 지원했으며 국내외 영업이나 대외홍보, 계열사들의 노무관리 등 계열사 경영과 관련된 용도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 등의 생활비 등 개인적인 용도로만으로 사용한 것은 적은 비율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2003년 이후 부외자금 조성금액 및 사용금액을 현저히 줄여오는 등 잘못된 관행을 시정하기 위해 노력한 점은 참작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우주항공과 현대강관의 유상증자와 관련해서는 유상증자 과정이 법적으로는 잘못됐지만 채권금융기관의 부실화를 방지하는 한편 회사를 회생시키고 현대차그룹과 계열사의 가치상승, 경쟁력 강화 등의 긍정적 결과를 초래한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관행 벗고 경영능력 발휘돼야
현대차는 법원이 양형이유에서 정 회장의 경영능력을 높이 평가한 점은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정 회장이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서 탈피, 경영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실형선고 후에도 보석이 그대로 유지돼 그동안 해온 대로 경영 활동을 펼쳐 나가겠지만 족쇄는 여전히 채워져 있어 부담되는 상황”이라며 “특히 외국의 대통령이나 수상 등과의 비즈니스에 제약을 받게 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업체는 뛰는데 현대차는 기어가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났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물론이고 국가경제의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그런 위기를 돌파하여 정 회장이 다시 한번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njsub@fnnews.com 노종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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