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탈당파들이 5일 노무현 대통령의 당적정리를 공개적으로 요구함에 따라 노 대통령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병석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날 열린우리당 비상대책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당적을 정리하고, 큰 뜻을 가진 당 지도자들도 비장한 각오로 자기 희생과 결단을 내려 달라"고 밝혀 김근태·정동영 전 당 의장의 2선 후퇴와 함께 노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노 대통령이 지난 2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당적정리가 (신당파의) 조건이라면 내가 당을 나가겠다.'대통령이 없으면 이 당에 앉을 테니까 당을 나가달라'고 하면 하겠다"고 밝힌 이래 공개적으로 처음 나온 노 대통령에 대한 당내의 당적정리요구다.
아울러 명분을 고려하며 '오늘,내일'식으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집단 탈당파들이 사실상 마지막으로 내놓은 당 사수세력들에 대한 협상제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별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늦어도 6일까지는 내부회의를 거쳐 탈당파들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 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여당의 안정적 행보에 대통령의 당적이 걸림돌이 되면 검토해보겠다는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내용에서 더 이상 진전된 것은 없다"고만 말했다.
노 대통령은 6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개헌특위 소속 의원들을 초청해 오찬을 갖는 자리에서 탈당파들의 집단행동과 관련, 다시한번 안정된 당 운영의 필요성을 당부하고 범여권 통합문제에 대한 자신의 진정성 등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적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대처할 것이란게 청와대 내부의 전망이다. 노 대통령이 당적을 정리하더라도 탈당파들의 움직임을 진정시키기는 이미 때를 놓쳤다는 분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번 집단탈당에 의원 15∼20여명 정도가 동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사수파들은 오는 14일 열릴 전당대회까지는 일단 추가 탈당이 없을 것이란 판단아래 성공적으로 전당대회를 치르는데 매진해 당내 분위기를 바꾸는데 성공한다면 개헌국면으로 정국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추가 탈당세력을 최대한 막는다면 겨우 반등에 성공한 노 대통령의 지지율을 당의 지지율로 연결시킬 수 있고 이럴 경우 당내결속을 강화해 향후 대선정국에서도 범여권을 주도할 수 있다는 관측을 하고 있다.
탈당파들도 이날의 요구가 실현되리라고 기대하는 눈치는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탈당파중의 한 의원은 "이미 큰 물(탈당후 신당추진)은 흐르고 있으며 현 시점에서는 더 신속히 세를 모으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빠르면 집단 탈당파들은 6일중에도 탈당을 결행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당지도부와 중도·사수파의 공세가 강화되고 있는데 6일 여당지도부와의 오찬회동이 탈당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편 청와대가 당적정리 요구를 매개로 탈당파들과 깊숙한 수준의 협상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한 범여권 통합신당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고 이를 위해 당적까지 내건 마당에 대화와 타협을 시도하는 것도 모양새는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csky@fnnews.com 차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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