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강경신당파 의원 23명이 6일 집단탈당함으로써 우리당은 원내 제1당의 자리를 한나라당에 넘겨줬다. 추가 탈당이 잇따를 가능성이 높아 우리당은 분당 위기에 놓였으며,‘헤쳐모여식’ 정계개편이 본격화됐다. 한나라당이 국회 주도권을 쥠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대립적인 국면을 맞게 됐고,대선구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중도개혁 신당 추진”
김한길 전 원내대표와 강봉균 전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우리당 의원 23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중도개혁세력을 규합해 신당을 만들겠다며 집단탈당을 선언했다.
이들은 탈당 성명서에서 “우리당이 국민의 외면을 받게 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기득권을 선도적으로 포기하겠다”면서 이같이 선언하고 천정배 의원 등 앞서 탈당한 의원들과 함께 이번주말 워크숍을 갖고 교섭단체 명칭과 향후 진로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내주 중 원내 교섭단체 등록을 하되 곧바로 창당 절차에 들어가진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중도개혁세력의 통합신당을 위한 용광로 역할을 하겠다”며 우리당, 민주당, 국민중심당, 시민사회 세력 등을 대상으로 세력 규합에 나서겠다고 밝혀 앞으로 정치권 새판짜기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들의 집단탈당으로 우리당을 탈당한 의원의 수는 지난 해 말 통합신당 논의가 본격 시작된 이후 모두 29명으로 늘어났다. 추가 탈당 의원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우리당은 사실상 붕괴 과정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김 전 원내대표측과 가까운 의원 가운데 유선호·유필우 의원 등의 추가 탈당설이 돌고 있으며, 앞서 탈당한 개혁성향의 천정배 의원과 노선이 비슷한 김희선·안민석·이상경·김재윤 의원 등도 금명간 탈당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당 김근태의장은 이날 긴급 회의를 열어 “탈당한 분들이 과연 원칙과 명분에 충실했는지, 명분을 앞세우면서 실제로는 대의를 포기한 게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한 뒤 “2·14 전당대회를 차질없이 원만하게 개최하고 질서있는 대통합신당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당 원내 제2당 전락
탈당의원들의 교섭단체을 구성키로 함에 따라 지난 2003년 11월 출범한 우리당은 2년8개월만에 최대 위기에 처했다.
우리당 의석 수는 2004년 4월 17대 총선 당시 확보한 152석에서 이제 110석으로 줄었으며,127석을 가진 한나라당이 원내 제1당으로 다시 올라섰다. 여당 의원의 추가 탈당이 예상되고 있어 탈당 규모가 30명을 넘기면 우리당은 100석 미만의 힘없는 ‘무늬만’ 여당으로 전락할 전망이다.
대선을 앞두고 집권 여당이 사실상 붕괴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범여권을 대표할 대권후보 확보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원내 제1당의 자리가 한나라당으로 다시 넘어가면서 노 대통령이 곧 발의할 예정인 4년 연임제 개헌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
새 교섭단체가 추진할 신당은 급진적인 개혁을 지양한다는 입장이어서 그동안 사사건건 한나라당과 마찰을 빚어왔던 우리당은 앞으로 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참여정부 역시 국회의 중심이 한나라당으로 옮겨감에 따라 야권과의 협력체제 구축이 불가피해졌다.
또 국회 권력구도가 우리당, 한나라당, 새 교섭단체 등 3당 이상의 다당제로 재편됨에 따라 정당간 이견절충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1·11 부동산대책 관련 법안, 국민연금 개혁 법안, 로스쿨 법안 등 시급히 처리돼야 할 주요 민생법안의 처리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치권 이합집산이 본격화되면서 현재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한나라당 대권후보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대선구도에도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된다. /rock@fnnews.com최승철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