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이진우기자】 제조업 강국 일본의 심장인 도쿄. 고층빌딩이 즐비하고 인파가 북적대는 도쿄역에서 남쪽으로 30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오타구엔 ‘모노쓰쿠리(좋은 물건 만들기)’ 경영을 실천하는 작은 중소기업들이 일반 주택들과 공존하고 있다.
고마쓰스프링공업㈜은 오타구에서 60여년 간 소형 스프링(용수철)을 전문적으로 개발, 생산하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창업 초기에는 시계 태엽에 쓰이는 스프링을 만들다가 현재는 카메라, 자동차, 전기제품, 의료기기 등에 들어가는 특수 스프링 등을 생산하며 연간 13억5000만엔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3년 전 창업주인 이모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회사를 상속받고 평범한 주부에서 경영인으로 변신했다는 고마쓰 세쓰코 대표(67)는 이 회사가 만드는 소형 스프링 종류만 1000여개가 넘는다고 소개했다.
1㎜ 전후 두께의 스프링이 주종이지만 30㎛의 매우 가느다란 스프링도 만들어내며 일본내 소형 스프링 시장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시계로 유명한 세이코정밀을 비롯해 마쓰시타전자부품, 알프스전기 등 주요 고객사만 수십개에 이른다.
고마쓰스프링은 주문생산과 내수 중심의 기업이다. 소량 단품 위주로 고객사의 요구에 응하고 있고 마케팅도 대부분 일본 국내시장에 한정시켜 놓고 있다.
“내수로 사업을 유지하고 성장시키는데 충분하므로 수출의 필요성은 느끼지 못한다”는 고마쓰 대표는 대신 품질경영을 위해 우수 인재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고마쓰 대표는 본인 스스로도 인재 양성의 한 사례라고 밝혔다. 즉 사업 이전에는 대학에서 발레를 전공했고 발레교습소 강사도 했지만 결혼 후에 전형적인 주부로 전념하며 경영에 문외한이었던 그가 스프링 하나로 100억원이 넘는 회사로 키우는데 성공한 것이 바로 인재 양성의 한 모델이라는 설명이었다.
“인재란 그 사람이 얼마나 자기 일에 의욕을 가지고 있나로 구분할 수 있다. 기업이 그런 사람을 고용해 지속적인 애사심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인재 육성이다.”
고마쓰 대표는 어떤 유형화된 인재 육성 프로그램도 필요하겠지만 회사의 목표를 공유하고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인재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사장인 자신이 직접 매년 초에 직접 경영계획서를 작성해 전 직원에게 배포하고 있다. 경영계획서엔 한 해의 기술개발, 재정운영, 매출 및 영업 등 전반적인 경영기본 방침이 제시돼 있다.
고마쓰스프링은 이 경영방침을 임직원이 공유하면서 적극적으로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한다. 고마쓰 대표의 독특한 경영계획서는 회사가 품질표준화기구(ISO) 품질경영 인증을 쉽게 따내는 데도 기여했다.
“피라미드(수직적) 조직이 아닌 플래트(수평적) 형태로 운영, 회사정보를 전 사원이 숙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철저히 서비스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직원의 능력을 다름아닌 고객에 대한 서비스로 평가한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고객의 전화를 늘 빠르고 친절하게 받도록 철저히 교육시키고 있다. 애사심과 즐거운 업무 조성, 상담을 통한 사내 의사소통 원활화 등으로 직원의 만족도를 높여 이를 다시 고객 서비스로 자연스레 전환시키고 있다.
또한 사원 핸드북 같은 유명한 직원교육교재나 양서를 구입해 매일 같이 읽고 토론하며 재교육의 질을 높이고 있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나는 직원에게 페널티(벌칙)을 주지만 징벌 성격이 아닌 문제 인식을 확인시켜주는 수준이라고 고마쓰 대표는 말했다. 회의는 필요할 때만 열고 매년 연간 이익의 얼마를 떼내 직원들 여행 프로그램에 투입, 사기를 진작시킨다.
“모노쓰쿠리의 인재 육성을 실천하는 차원에서 쓸모없는 낭비 요소를 절감하고 가격은 저렴하게 유지하도록 직원들이 항상 애쓰도록 한다. 기술개발을 통해 이를 구현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기술인재를 키우기 위해 고마쓰스프링은 2∼3년마다 사내 기능대회를 개최한다. 대회는 정해진 시간 내에 얼마나 정확하고 많은 양을 생산해 내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능대회서 습득된 노하우들은 교재로 만들어 다시 다른 직원들이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해 우수 기술과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전수하도록 했다.
실제로 고마쓰스프링의 공장에 비치된 각종 제조장비에는 숙련공들이 작업 과정에서 터득한 것으로 보이는 작은 노하우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고마쓰 대표는 “지난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 불황기엔 영업력을 강화해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며 “특히 거래선을 확실히 확보하는데 주력, 수출을 않고도 충분히 견뎌낼 수 있었다”고 말해 고마쓰스프링의 높은 경쟁력을 은연중 과시했다.
고정 거래선 유지를 위해 회사는 고객사의 납품단가 조정 요구에 적극 협상으로 대처하고 먼저 고객의 요구조건에 맞추기 위해 품질 및 서비스 개선에 주력하며 제 가격을 받는데 주력했다는 것이다.
/jinule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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