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지난 2005년 한국투자공사(KIC)에 170억달러를 위탁 투자키로 약정한 바 있다. 현재 10억달러 수준의 금액이 이미 투자가 진행됐으며 나머지 금액도 순차적으로 투자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에 한국은행이 직접 해외투자에 나섬으로써 수익률 비교에 따라서는 KIC의 위상이 급속도로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도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국회 재경위 소속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한은이 외화자산운용을 KIC에 맡기고 KIC는 다시 이를 자산운용사에 위탁하는 것은 예산낭비, 비효율성, 운용결과의 불투명성 등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한은이 인력보강 등을 통해 직접 외화자산을 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은은 지난 2005년 이후 외화자산 운용조직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현재 한은의 외화자산 운용조직은 현재 1국2실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인원만도 모두 77명, 국외운용데스크(8명)를 포함할 경우 85명에 이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대부분 달러화 운용능력이 뛰어난 공인재무분석사(CFA), 재무위험관리사(FRM) 자격 보유자나 해당분야 박사학위 소지자들로 자체적인 자산운용능력 평가는 상당 수준에 달했을 정도”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더욱이 한은 내외부에서조차 KIC가 현재 자산운용 규모를 통해 자신들만큼의 수익률을 유지할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는데다 내부에서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춰가고 있는 만큼 KIC와는 상관없이 직접 투자의 행동으로 옮길 시기가 됐다는 분석이어서 KIC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이와관련, KIC 관계자는 “한은이 보유외환을 직접 투자한다해도 당초 약속했던 투자금액 집행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고 지금 당장 한은과 경쟁관계에 따른 부작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KIC는 설립 이래 KIC와 유사 성격인 노르웨이의 NBIM이 2500억달러, 싱가포르의 GIC는 1000억달러의 막대한 투자자금을 운용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투자운용금의 증액에 대한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해왔던 처지여서 이번 한은의 직접 해외 투자를 반길 수 없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은이 주식 운용을 시작하려했다면 무엇 때문에 KIC에 자산운용을 위탁했는지 알 수 없다”며 “결국 한은이나 KIC 모두 비슷한 투자구조를 갖게 돼 자리만 하나 더 만드는 꼴이 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newsleader@fnnews.com 이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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