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엔지니어 출신 CEO’가 뜬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11 15:07

수정 2014.11.13 16:56



“일류 엔지니어 한 명이 평범한 인력 300명보다 더 낫다”(앨런 유스티스 구글 부회장).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 전 회장과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의 전공이 ‘공학’인 것처럼 세계 유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상당수가 엔지니어 출신이다.

이미 세계시장에서 기업의 하이테크 기술이 가장 중요한 ‘무기’로 떠오르면서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이른바 ‘엔지니어 CEO’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엔지니어 CEO’가 경영 이끈다

11일 업계와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30대 그룹을 기준으로 지난 90년대 초만 해도 10여명에 불과했던 엔지니어 출신 CEO가 올들어 300명을 넘어서면서 재경계열 출신 CEO 규모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 현대차, LG, SK 등 4대그룹을 비롯한 포스코, 한화, 두산, 동부 등 30대그룹의 경우 그동안 ‘전통적 강자’였던 재경계열 출신 CEO 205명을 엔지니어 출신이 앞질렀다. 또한 기획출신(53명) CEO도 추월하면서 그야말로 엔지니어 CEO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이처럼 엔지니어 CEO들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글로벌시장에서 ‘기술전쟁’이 전개되면서 기업들마다 하이테크 기술의 흐름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엔지니어 출신을 ‘톱 경영자’로 선택하기 때문이다.

올들어 삼성, 현대차, LG, SK 등 4대그룹의 경우 정기인사를 통해 엔지니어 CEO 비중을 40∼50%까지 확대했다.

특히 삼성과 LG는 글로벌 엔지니어 CEO도 예년보다 20% 정도 늘리면서 이른바 ‘하이테크 기술경영’이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기업들마다 엔지니어 CEO의 스카우트 전쟁까지 벌이면서 유능한 인재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출신 CEO 등 ‘두각’

국내 CEO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엔지니어 CEO는 누가 있을까.

삼성전자의 윤종용, 이윤우, 이기태 부회장과 황창규, 최지성, 이상완 사장을 비롯해 LG전자의 이희국, 박문화 사장 등 스타급 CEO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급속히 주목을 받고 있는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하이닉스반도체를 벼랑 끝 위기에서 구출해 낸 최진석 제조본부장(전무)이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하이닉스 부활의 핵심 동력으로 ‘생산성 향상을 통한 코스트(제조원가) 경쟁력 제고’를 가장 먼저 꼽는다.

한 때 공장 문을 닫을 정도의 위기를 겪던 하이닉스를 ‘1조원 순익클럽’에 가입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코스트 경쟁력’에 있다.

최 전무는 ‘세계 최대 생산량의 ‘팹(Fab)’을 만들어 내면서 벼랑으로 가던 하이닉스를 다시 부활시키는 핵심적 역할을 했다.

그는 월 13만장의 웨이퍼를 투입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적인 ‘팹’을 3곳이나 신설하면서 지난 2003년과 2004년 2년 연속 웨이퍼 증산 세계 1위라는 기록을 만들어냈다. 결국 엔지니어 출신인 최 전무가 ‘사지’를 헤매던 하이닉스를 부활시키는데 주인공이 된 셈이다.

또한 오영환 동부일렉 사장도 대표적인 기술최고경영자(CTO) 출신의 CEO로 지난 2000년 삼성의 ‘S급’ 인재로 영입돼 시스템온칩 연구소장, 디지털미디어 연구소장을 지내다 지금은 동부에서 ‘파운드리 반도체’의 신화를 다시 쓰고 있다.


오 사장은 동부로 이동한 후 파운드리 분야에서 아시아시장 정상을 넘보는 등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밖에 허원준 한화석유화학 사장도 엔지니어 출신으로 기술경영을 핵심 화두로 삼고 있다.
허 사장은 종합연구소 연구실장과 CTO를 역임하며 한화석화의 기술개발을 통해 하위권에 머물던 한화를 정상권으로 도약시킨 주인공이다.

/pch7850@fnnews.com 박찬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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