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중은행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은행주에 대한 투자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행들은 금융감독당국이 지난해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대폭 올렸는 데도 순이익이 급증하면서 초호황을 누렸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들이 내수시장에서 별 경쟁없이 과다하게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은행들의 수익구조를 보면 예금과 대출이자간의 차이에 따른 이자이익이 은행 순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틈만 나면 외치던 글로벌 은행이라는 구호를 무색케 하고 있다.
■은행주 이자이익 부문 급증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시중 은행들의 공통점은 이자이익 부문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은행들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순익이 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그러나 지난해 4·4분기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 강화 등을 추진했는 데도 이 기간 이자이익은 지난해 3·4분기에 비해 늘었다. 이는 대출금리는 재빠르게 올리면서도 예금금리를 인상하는 데는 굼뜨다는 비난에서 은행들이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2조4721억원으로 전년보다 9.7%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이자이익은 지난해 4·4분기에만 1조7221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9% 증가했다. 현재 국민은행은 대출자산 중 가계 대출 비중이 70%에 달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도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조8327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7.4%나 급증했으며 이 중 지난해 4·4분기 이자이익은 1조95억원에 달했다. 신한지주 순익 비중의 90%를 차지하는 신한은행은 가계 대출 비중이 54%에 이른다.
우리은행이 주력사인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4·4분기 이자이익은 1조1920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8.5%나 늘었고 주력회사가 하나은행인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4·4분기 이자지익이 634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5.2%나 늘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중 은행들이 정부의 대출규제 정책에 발맞춰 대출금리 인상에는 발빠르게 행동하면서도 이에 맞는 예금금리는 제때 인상하지 않았던 것도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은행들, 외국인들만 배불려
은행들이 지난해 최대 실적을 보이면서 그 수혜가 고스란히 외국인들로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민은행은 지난해 순익 2조4700억원 중 1조2277억원을 주주들에게 현금배당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국민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이 84%나 돼 1조원가량이 고스란히 외국인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외환은행도 지난해 순익 1조61억원 중 6449억원을 배당키로 했다. 지난해 벌어들인 이익 중 3분의 2 가까이를 배당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의 64.62%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론스타는 4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챙길 수 있게 됐다.
이밖에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순익 2조164억원 중 4248억원을 배당키로 했으며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순익 1조719억원 중 1032억원을 배당키로 결정했다.
이같은 은행들의 배당정책에 대해 해당 은행들의 예금자나 대출자들은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은행들이 배당잔치만 벌이지만 말고 수익 중 일부를 소비자에게 되돌려 줄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해야 하는데 그런 배려는 전혀 없다는 이야기다.
특히 은행들의 수수료 인상 문제는 항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은행들은 수수료를 올리면서 수수료 이익도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수수료 수익은 8770억원으로 전년의 8250억원에 비해 6.3%나 늘었다. 또 우리금융지주도 지난해 수수료 수익이 1조1810억원으로 전년(1조120억원)보다 16.7%나 급증했다.
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은행들이 펀드 등의 판매로 수수료 수익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서비스 수준은 나아지지 않았는데 은행들이 편리한대로 수수료를 맘대로 올리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grammi@fnnews.com 안만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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