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의 사상 최대 순이익 행진 속에 외국인 주주들이 배당을 통해 챙겨가는 돈만 2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경기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고 바젤Ⅱ 도입 등으로 충당금 적립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자산 건전성 유지보다는 주주들 배 불리기에 너무 성급하게 나서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국내 은행들은 향후에도 배당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혀 향후 국내 금융자본 유출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다.
11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회계연도 실적을 바탕으로 외국인 주주들에게 세전으로 총 1조9949억원을 배당할 계획이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반으로 총 1조2278억원의 배당을 실시한다. 이 은행 외국인 지분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82.7%라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들이 챙길 배당금액은 1조153억원에 달한다. 외환은행도 주당 1000원 배당을 통해 론스타를 비롯,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5011억원을 나눠준다.
신한금융지주도 지난 2005 회계연도에 배당한 주당 800원을 기준으로 하면 올해도 2740억원 이상이 재일동포와 BNP파리바 등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 외국인 지분이 80%를 넘어선 하나은행도 828억원이 외국인 투자가들의 몫이고 우리금융지주도 지분 9.5%를 보유한 외국인들에게 403억원을 배당한다.
지방은행도 예외는 아니어서 대구, 부산, 전북은행 등이 최저 10억원가량에서 최고 490억원을 외국인들에게 배당한다.
반면 지난해 국내은행 해외지점 93곳이 거둬들인 순이익은 4억4000만달러, 약 41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5년보다 10% 증가한 수준이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현지인 대상 영업을 하는 곳이 없고 대부분 현지 진출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수익을 내는 상황이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배당을 통해 거둬가는 자본투자 수익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나는 셈이다.
특히 국내은행들은 향후 배당정책을 지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그동안 수천억원씩의 이익을 내고도 본국으로 수익 회수를 미루고 있는 SC제일은행, 지난 2005 회계연도에 916억원을 배당한 한국씨티은행, 올 상반기 600억원에 가까운 순익을 낸 한국HSBC은행 등이 본격적인 배당을 실시할 경우 국내자본 유출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바젤Ⅱ 도입에 따른 충당금 적립액이 크게 늘어날 수 있고 더불어 경기 후퇴도 우려되는 상황에서 굳이 큰 폭의 배당을 실시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인 투자가들은 배당을 통한 수익 창출이 쉽지 않다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빠져 나갈 수 있고 이에 따른 후폭풍은 한국금융시장을 비롯, 경제 전반을 뒤흔들 것”이라며 “금융자본의 해외 유출을 심각히 고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vicman@fnnews.com 박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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