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고령화로 현재 5%안팎인 잠재성장률이 2020년에는 2%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이 나왔다. 같은 이유에서 국민연금의 채무(지급해야 할 연금)가 2035년에는 국내총생산(GDP)를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성장잠재력 훼손, 재정 불안 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정집행의 효율성 강화, 여성인력 활용, 노령노동자의 생산성 제고와 연금 및 보험제도의 개혁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고령화로 잠재성장률 급락
11일 KDI의 ‘인구구조 고령화의 경제·사회적 파급효과와 대응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화의 진전과 노동력 감소, 저축 등 자본축적이 더뎌짐에 따라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5.10%에서 2010∼2020년 4.21%로 하락하고 2020∼2030년은 2.94%로 급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어 2030∼2040년 1.60%, 2040∼2050년 0.74%로 주저앉을 것으로 예상됐다.
노동시장에서 2000년 약 25%에 불과했던 50세 이상 노동력 비중은 2050년 절반을 넘는 반면, 핵심 노동력인 25∼49세의 비중은 66%에서 44%로 줄어들고 현재 61%대인 경제활동참가율도 2040년에는 50.7%로 낮아질 것으로 KDI는 전망했다.
고령화의 급진전은 연금과 의료비 수요급증을 낳아 이는 조세 및 사회보험료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총연금채무나 책임준비금은 2005년 GDP의 53.2%에서 2035년 100%, 2070년에는 17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연금채무에서 실제 기금적립금을 뺀 미적립연금부채도 2005년 GDP의 38%에서 2020년 47%로 올라갈 전망이다.
또 현재 25조원 수준인 건강보험 지급 진료비 규모는 2010년 33조원, 2020년 53조9000억원, 2040년 107조500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됐다.
■주택수요 50대가 주도
KDI는 ‘인구고조 고령화와 소비구조’라는 보고서에서 고령화로 가구의 보건·의료비 지출이 늘어나 2005∼2020년에 보건의료비 지출비중은 지난 82∼2005년 기간에 비해 0.6∼0.7%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가구의 교육비는 저출산으로 학생수는 줄겠지만 소득증가로 지출이 늘면서 늘면서 1.5∼2.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저출산의 영향으로 식료품(-4.9%포인트) 등의 비중은 줄어들 전망이다.
KDI는 또 ‘인구고조 고령화와 주택수요’라는 보고서에서 향후 장기 주택수요와 변화는 50대 이상이 주도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의철 건국대 교수는 이 논문에서 향후 인구감소 추세에 따라 가구의 증가율이 둔화되지만 1인 또는 2인 가구의 증가로 가구 수는 오는 2020년까지 총 237만 가구가 순증가하고 따라서 주택수요도 증가율운 둔화되겠지만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2005년 기준으로 1인가구는 2020년까지 122만가구, 2인가구는 140만가구가 각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가구주 연령별로는 2020년까지 50대 이상 가구는 353만가구가 증가하고 특히 이 중 65세 이상인 노인가구는 150만가구가 늘어 전체 가구 중 노인가구 비율도 2005년 14.4%에서 2020년 21%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김희삼 KDI 연구위원은 ‘인구구조 고령화와 소득이전’ 이라는 보고서에서 2005년 노인가구의 62.4%가 자식들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노인가구의 4분의 1은 절대빈곤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 교수는 “노년층의 소득감소에 따른 역모기지론 활성화나 주택거래시 양도소득세 부분 감면, 의료·보건서비스와 결합한 노인전용 임대주택 공급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ck7024@fnnews.com 홍창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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