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동물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은 따뜻한 사람이라고들 하던데. 하여간 그래서 그런지 ‘사이티스’란 용어가 생소하더군요.
사이티스(CITES: 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auna and Flora)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으로 야생동물의 과도한 포획·채취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1973년에 채택됐다고 하네요. 미국과 일본, 영국, 호주 등 세계 152개국(2000년기준)이 가입돼 있고 우리나라도 지난 1993년부터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이티스는 동식물의 멸종위기 정도에 따라 부속Ⅰ(멸종위기에 처한 종), 부속Ⅱ(멸종위기에 처할 수 있는 종), 부속Ⅲ(협약당사국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지정한 종)으로 구분된다고 합니다.
부속Ⅰ에 포함된 동식물은 가격이 무척 비싸다고 합니다. 그 희귀성 때문이겠지요. 부속Ⅱ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세계 각국에서 협약을 그냥 만들지는 않았겠죠. 야생 동·식물 보호법 제16조(국제적 멸종위기종의 국제거래 등의 규제) 위반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얼마전 태국에서 앵무새 알 31개(시가 160만원 상당)를 몰래 가지고 들어오다 그만 공항당국에 덜미(인천공항세관이 사전에 정보를 입수, 적발했다고 합니다)를 잡힌 분이 있습니다. 부화를 시킬 생각으로 가지고 온 것으로 보입니다. 부화된 앵무새는 시중에서 종(種)에 따라 마리당 2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거래된다고 하네요.
앵무새의 경우 정확히 앵무과는 거의 대부분이 부속Ⅰ해당된다고 합니다.
그럼 알을 몰래 가지고 온 그 분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처벌을 받을까요?
답은 ‘새발의 피’입니다.
그 분은 야생 동·식물 보호법 이외에 가축전염예방법 제32조(수입금지)를 위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처벌을 받게 됩니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분은 관세법 제269조(밀수출입죄) -“무슨 법이 이렇게 많은지”-를 위반,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관세액의 10배와 물품 원가중 높은 금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내야 합니다.
그 분이 돈으로 죄를 면한다면 무려 51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벌금이 병합되기 때문에 금액이 정말 장난이 아니더군요. 돈 좀 만지려다 그만 돈에 치이게 된 꼴이죠.
당국의 조사가 끝나면 앵무새 알은 모두 폐기처분한다고 합니다.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 앵무새 31마리가 빛도 못보고 사라진다고 하니, -저는 동물을 좋아하지 않지만-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fncho@fnnews.com 조영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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