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김모씨는 평소 혈압이 낮아 걱정이다. 주변에서 고혈압보다 저혈압이 더 위험하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기 때문이다. 보통 수축기 혈압이 120㎜Hg이고 확장기 혈압이 80㎜Hg인 경우를 정상혈압이라 한다. 하지만 김씨의 혈압은 수축기 혈압이 100㎜Hg을 넘어본 적이 없고 확장기 혈압도 50∼60㎜Hg 사이다.
■평소 낮은 혈압은 병 아니다
저혈압은 갑자기 발생하는 저혈압과 수축기 혈압이 80∼110㎜Hg정도인 만성 저혈압으로 나눈다.
자신의 혈압이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본태성 저혈압은 인구의 1∼2%가량이라 알려져 있다. 하지만 증상이 전혀 없는 경우가 많고 이들은 치료 대상이 되지 않는다.
저혈압이 위험하다는 오해는 소위 ‘쇼크’ 현상, 즉 급격한 혈압 저하와 함께 모든 신체 기능이 심하게 저하되어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과 혼동되어 와전된 것이다. 심한 출혈이라든가 심각한 심장 기능 저하 등의 위급한 상황에서는 당연히 혈압이 떨어진다. 하지만 이것은 평상시 별 원인 없이 혈압이 낮은 편에 속하는 ‘만성적 저혈압‘과는 전혀 별개 문제다. 따라서 저혈압이란 그저 막연히 혈압이 낮은 것이며 저혈압을 정의하는 기준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자율신경 이상으로 인한 저혈압
하지만 자율신경 실조증 등으로 저혈압이 됐다면 치료해야 한다.
갑자기 발생하는 저혈압 쇼크가 여기에 속한다. 원인으로는 외상에 의한 출혈, 위장관 대량출혈 등에 의한 실혈, 화상 등에 의한 체액 감소, 심한 구토 또는 설사 등에 의한 체액 감소, 심한 구토 또는 설사 등에 의한 체액 감소가 되는 체액 감소성 쇼크와 심근경색증 등의 관상동맥 질환에 의한 심인성 쇼크, 온몸에 균이 퍼져서 생기는 패혈성 쇼크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혈압이 어떤 한계치 이하로 떨어졌을 때 신체적으로 어떤 결과가 생겼는가를 바탕으로 저혈압 여부를 가려야 한다. 만성 저혈압을 일으키는 질병으로는 심장부정맥이나 심장의 전도장애, 좌심실 및 우심실의 혈류장애, 심장근육 질환으로 인한 좌심실 기능장애와 같은 심장 기능의 이상, 다발성 경화증, 근위축성 측색경화증, 당뇨병성 신경질환과 같은 혈관 및 신경질환에 의한 저혈압, 대사성 및 내분비성 장애로 인한 저혈압, 장기간에 걸친 혈관확장제, 교감신경 전도차단제, 이뇨제 등 약물투여에 의한 저혈압이 있을 수 있다. 이때에는 탈력감, 피로감, 현기증, 실신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러한 저혈압증 치료는 성상신경절 차단치료요법이 매우 효과적이다. 성상신경절 차단요법을 반복 시행시 저혈압을 정상치로 끌어 올릴 수 있다. 반복 치료로 혈압이 더 이상 올라가지 않을 때는 그 자체가 정상영역의 혈압치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기립성 저혈압도 주의
저혈압 중 노인들에게 볼 수 있는 ‘기립성 저혈압’은 주의해야 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심혈관계가 빠르게 상태를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갑자기 앉았다가 일어서거나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날 때 순간적으로 혈압이 낮아지고 뇌혈류가 떨어지면서 어지럽게 되는 것이다.
보통 사람이 앉았다가 일어서면 중력에 의해 피가 아래쪽으로 몰린다. 자율신경계의 반사작용에 의해 하체의 근육 및 혈관 수축으로 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10∼15㎜Hg 정도 혈압이 감소한다.
그러나 반사작용이 둔화되면 혈압이 급격히 떨어져서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흔히 나이가 들면서 신경계의 전반적인 기능 저하로 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술을 마시거나 탈수가 심하거나 목욕물에 오래 앉아 있어서 하체의 혈관이 확장되었을 때 잘 발생한다.
치료는 뚜렷한 것이 없고 일어설 때 단계적으로 서서히 일어나기를 권한다. 어지러울 때는 즉시 그 자리에 앉거나 또는 눕거나 하여 머리의 위치를 최대한 낮추는 것이 좋다. 대개 선 채로 조금 기다리면 반사작용에 의하여 뇌혈류량이 회복된다. 심할 때는 그 자리에서 기절하기 때문에 즉시 낮은 자세를 취하는 것이 안전하다. 그 외에 탈수를 막기 위하여 물을 많이 마시고 술을 자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충분한 휴식과 적당한 운동도 도움이 된다. 심한 환자의 경우에는 혈압을 올리는 약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누워있을 때는 오히려 고혈압이 되고 평생 장복해야 하는 불편 때문에 잘 사용되지는 않는다.
도움말 삼성서울병원 내과 성지동 교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종훈 교수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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