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임대환기자】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제7차 협상에서 양국간 합의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김종훈 우리측 수석대표는 “밥이 뜸이 들때면 밥냄새가 나는 법”이라면서 협상 타결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해 주목된다.양국 협상단은 13일(한국시간) 7차 협상 이틀째 회의를 열어 상품무역과 농업, 자동차 등 12개 분야에서 협상을 벌였다.
■전자상거래·금융분야 타결접근
둘째날 협상에서 가장 주목된 분야는 금융분과. 양국은 한국산업은행의 특수성을 인정해 FTA 협정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에는 원칙적인 합의를 이뤘다.
미국은 이를 양보하는 대신 신용평가 시장 개방과 금융정보의 해외이전을 요구했다. 국내에 있는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보유한 국내 금융정보를 본사를 비롯한 해외로 이전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이다.
신제윤 금융분과장은 “신용정보의 해외이전은 FTA 협정이 발효돼 2년 안에 이를 허용해주면 산업은행의 특수성을 인정해 주겠다는 것”이라면서 “신용평가시장 개방은 절대 안된다는 입장이지만 신용정보 해외이전은 양보하면 ‘딜’(deal)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우체국 보험의 특수성은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최종 타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큰 줄기는 잡은 것으로 판단됐다.
전자상거래 분과에서도 영화나 음악등의 디지털 제품을 온라인으로 전송할 경우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남영숙 전자상거래 분과장은 “미국은 기존 쟁점 5개중 3개에 대해 우리측의 안을 전격 수용키로 양보했다”면서 “예상치 못한 미국의 양보에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이날 처음 열린 상품분과에서도 70개 가량의 품목이 즉시 관세철폐로 이동됐다. 이혜민 상품분과장은 “70개 중간단계 품목을 즉시철폐로 옮겼다”면서 “섬유분야도 양쪽이 진지하게 합의점을 찾기위해 융통성을 보이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역구제,농업분야 진전 없어
무역구제와 농업분야에서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무역구제 분과에서는 양자간 세이프가드 도입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백두옥 무역구제 분과장은 “양자 세이프 가드와 관련해 제도의 존속기간과 발동기간,재발동 여부, 잠정조치 등 4개 쟁점을 집중적으로 협의했지만 성과가 없다”면서 “반덩핑 판정때 한국 제품의 비합산 조치와 다자간 세이프 가드 등 6가지 요구사항은 고위급 협상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업분야는 최종 시한까지 협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배종하 농업분과장은 “기타 항목에 있는 일부 품목을 비롯, 적지 않은 품목에 대해 관세철폐 등에 의견이 모여지만 타결에 이르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노동관련 분쟁해결 절차에 대해 미국은 주정부법은 적용에서 제외하자고 제안했고, 우리측은 양국간 공통된 규정만 분쟁해결 절차 대상으로 하자고 역제안했지만 미국은 이를 거절했다.
■무르익는 타결 분위기
그러나 협상단 주변은 타결 가능성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이날 미 상공회의소가 주최한 리셉션에서 “양측이 모두 (협상 타결에 대한)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서 “밥이 다 되가면 냄새가 나는 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협상가는 (협상이)최종 단계에 가까워 지면 말을 아껴야 한다”면서 “말을 아끼겠다”고 밝혀 수석대표 사이에 상당한 의견접근을 이뤄가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카란 바티야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역시 “짧은 시간에 이견이 많이 좁혀지는 등 진전을 이룬데 대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종착점이 다다랐다”고 말해 김 대표와 같은 뜻을 표했다./dhlim@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