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의 그루 톰 피터스는 일찍부터 21세기는 디자인의 시대라고 강조했다. 또한 산업화 시대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는 GM의 CEO인 로버트 루츠는 뉴욕타임스와의 취임 인터뷰에서 GM이 예술적 사업을 하고 있다고 선언했고, 삼성의 이건희 회장 역시 디자인경영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 기업들이 생산하는 제품은 성능이나 품질 면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다. 따라서 이제 소비자들은 제품의 기능적인 측면보다는 그 제품이 주는 이미지와 거기에 내재되어 있는 감성과 스토리에 의해 특정 브랜드를 선택한다.
그동안 다양한 디자인 경력을 바탕으로 디자인을 마케팅과 연계하여 기업들에게 유용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마케팅&디자인 경영컨설팅업체인 유시안의 김현 대표가 저술한 ‘디자인에 집중하라’는 디자인이야말로 21세기 기업 차별화 전략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최근 들어 기업의 핵심 역량으로 강조되는 것이 혁신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혁신하면 기술혁신을 떠올리고 디자인은 단순히 상품의 외형을 꾸미거나 스타일을 정하는 것 정도로 여겨왔습니다. 그러나 디자인은 제품이나 서비스 차원을 넘어서 조직의 문화를 창의적으로 바꾸고 기업의 혁신을 가시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애플이나 BMW 등 글로벌 혁신기업들은 디자인의 바탕이 되는 창의성을 중심으로 기업문화를 만들고 디자인 중심의 제품과 서비스로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며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혁신 기업들이 이처럼 디자인에 집중하는 것은 디자인이야말로 마케팅 전략의 핵심이며 실제로 디자인이 판매에 날개를 달아주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제품의 사양이나 품질은 그대로 둔 채 디자인만 바꿔서 몇 배의 수익을 창출한 사례들을 보면 디자인이 지닌 막강함 힘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인 우성넥스티어의 경우 대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버티고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기존의 LCD TV를 디자인만 바꿔 매출을 2배로 늘렸습니다. 상당수의 국내 기업 CEO들이 디자인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지만 디자인에 투자해서 성공을 거둔 기업들이 많습니다. 디자인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뿐만 아니라 기업의 매출과도 직결됩니다.”
저자는 오늘날은 이미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고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보다 이미지를 읽지 못하는 소위 ‘이미지맹’이 더욱 치명적이라고 말한다. “그야말로 이미지가 모든 것을 삼키는 시대입니다. 그리고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도 가장 주목 받는 것이 브랜드 이미지입니다. 브랜드 이미지란 특정 브랜드를 소비자가 감각을 통해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제품을 잘 만들고 적당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팔리던 시대는 이제 지났습니다. 브랜드 이미지는 눈에 보이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과 머리 속에 존재하는 무형성을 지녔기 때문에 이를 시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디자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합니다.”
소비자를 감동시킬 만큼 뛰어난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유연한 사고와 창의성이 요구된다. “유연한 사고와 창의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한 분야에만 정통한 I자형 인재보다는 특정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은 물론 이 전문지식을 폭넓게 다룰 줄 아는 T자형 인재가 되어야 합니다. 최근 삼성전자가 디자인 경영을 선언하면서 T자형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아이콘 디자인’을 만들려면 폭넓은 시야와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그리고 지속적 성장을 위해 변화와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갈 수밖에 없는 오늘날 디자인이야말로 혁신의 제 1 성장 엔진이라는 저자의 주장을 우리나라의 모든 기업들이 가슴 깊이 새겼으면 한다.
/ceo@bookcosmos.com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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